단순한 조작과 빠른 실행이 강점
웹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조작법에 있다. 기존 MMORPG의 경우 이동하거나 기술을 쓸 때 최적의 타이밍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순발력이 요구된다. 때문에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서는 이를 즐기기가 쉽지 않다.
반면 웹게임은 캐릭터를 육성하거나 왕국을 건설해 세력을 확장하는 등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전략 시뮬레이션 타입이 많다. 따라서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느긋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현재 국내에 출시된 웹게임의 많은 수가 과거 큰 인기를 끌었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의 구조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도 올드 유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켜 이용자의 폭을 넓히는 요인이다.
서울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권태현씨는 "젊은층은 주로 RTS와 MMORPG에 열광하지만 웹게임은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거의 모든 연령층에서 인기가 있다"며 "과거에 비해 그래픽 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웹게임을 즐기는 고객들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온라인게임과 달리 별도의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의 설치가 필요 없다는 부분도 게이머들을 유혹하는 메리트로 꼽힌다. 일례로 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은 게임CD를 구매해 설치해야 하며 아이온 류의 MMORPG 역시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의 설치가 반드시 요구된다. 그 용량도 적게는 수십 MB에서 수 GB에 이른다. 하드디스크를 많이 잡아먹는 것은 물론 다운로드와 설치에 걸리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웹게임은 어도비 플래시에 기반하고 있어 게임사이트에 접속한 후 실행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실행된다. 플래시의 특성상 고사양 PC도 필요치 않아 구형 PC, 넷북 등으로도 무리 없이 실행된다. 평소 웹게임을 즐긴다는 회사원 변상윤씨는 "웹사이트에만 접속할 수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웹게임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전년 대비 3~7배 고도성장 예고
이러한 웹게임은 개발자 입장에서도 여타 온라인게임에 비 해 여러 비교우위를 제공한다. 일단 고가의 3D 게임엔진이나 그래픽 작업이 필요 없어 개발비가 적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웹게 임의 개발비는 캐주얼 게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심호규 동양온라인 게임사업본부장은 "웹게임은 자금력이 낮은 영세 개발사도 위험부담 없이 개발에 나설 수 있다" 며 "안정적 자금력을 갖춘 대형 개발사의 경우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수의 게임 런칭이 가능해 콘텐츠 다각화 전략 을 세우기에 유리하다" 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웹게임의 약진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한다. 특히 웹게임은 스마트폰에서도 구동이 가능해 스마트폰 열풍과 맞물릴 경우 예상을 뛰어넘는 고공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규모는 약 4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웹게임이 이중 약 100~2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규모면에서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웹게임 시장규모가 30억원에 불과했음을 감안하면 1년 사이 무려 3배~7배의 폭발적 성장이 예견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웹게임 시장이 지난 2007년 1억 위안(약 170억원)에서 2008년 5억 위안(약 850억원)으로 4배 성장한 사례를 볼 때 충분히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웹게임 개발사들의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 지고 있다. 현재 웹게임은 넥슨의 '열혈삼국', NC소프트의 '무림제국', 엠게임의 '다크오빗' 등이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올 하반기에 NHN한게임, 네오위즈 게임즈가 각각 2종과 1종의 웹게임을 선보이는 등 전통적인 온라인게임 강자들의 시장진입이 예고된 상태다.
온라인게임 시장의 활력소
얼마전에는 동양온라인이 웹게임 포털사이트 '게임하마'를 론칭하고 국내 최초의 웹 RPG(롤플레잉 게임)인 아포칼립스를 비롯해 삼국지W, 양검삼국 등 3종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총 10종의 웹게임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심호규본부장은 "지금까지 출시된 웹게임을 1세대라 분류한다면 게임하마의 웹게임은 1.5세대로 볼 수 있다"며 "시장 확대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향후 2년 정도는 자금 투자와 장르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웹게임의 수익성은 어떨까. NC소프트의 한 관 계자에 따르면 여타 온라인게임들에 비해 수익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개발비가 낮아 일정한 수익성이 창출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시장규모가 커지면 성장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비슷한 게임들로 점철돼 있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이 같은 웹게임의 성장은 사용자나 개발사 모두에게 환영할 만한 일인 셈이다.
물론 웹게임이 그 기대에 부응해 새로운 장르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게임의 가짓수를 늘리는 양적 팽창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용자들에게 기존에 느낄 수 없었던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서 질적 성장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영진 기자 artjuc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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