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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좌초 위기 맞은 아베노믹스 돈 풀기 한계 드러냈다

지난 2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 역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이자 대신 보관료를 물리겠다는 것으로 이런 극약 처방을 내려서라도 시중에 돈을 풀려는 의도는 명확하다. 엔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율은 의도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올 들어 달러당 120엔대이던 엔화 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해 최근 110엔이 붕괴됐으며 연내 100엔선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엔화 약세는 아베노믹스의 출발점이다. 엔저로 수출이 증가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이는 기업투자 활성화와 임금 상승을 이끌어 내수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책 구상이다. 엔저가 사라지면 아베노믹스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엔화 환율이 일본 정부의 의도와 달리 엔고로 돌아선 것은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질 수 있음을 시사한 영향도 컸다. 그에 맞춰 달러화를 찾던 투자자가 엔화로 방향을 튼 것이다.

결국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윤전기를 돌려 화폐를 무제한 찍어대 봤자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 신축적 재정정책 등 2개의 화살을 쏴 경제를 회복시키려 했을 뿐 가장 중요한 구조개혁 화살을 제대로 쏘지 못했다. 다수를 차지하는 종신 고용직과 점점 불어나는 비정규 계약직으로 노동시장이 고착화되는 등 노동개혁이 제자리를 맴돌고 연금개혁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지금 일본의 처지는 우리가 처한 현실과 비슷하다. 우리 정부는 추경 등 재정을 푸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판 양적완화에까지 나설 태세다. 하지만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기초를 세우지 않는 한 아무리 돈을 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사실을 일본의 실패가 증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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