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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의 대학 경쟁력, 한국형 무크에 달렸다

강성모 카이스트 총장

강성모 KAIST 총장




한국은 지난해 10월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K-MOOC)를 시작했다. 누구나(Massive), 온라인을 통해(Online), 무료(Open)로 강의(Course)를 들을 수 있어서 무크(mooc)로 이름 지어진 새로운 형태의 교육에는 KAIST를 포함해 국내 10개 명문 대학이 참여했고 현재 6만5,000명이 수강 중이다.

한국형 무크는 정부의 적극적인 주도로 도입됐다. 하버드대학과 MIT의 오픈 소스 원격 교육 시스템(edX)을 우리 실정에 맞게 차용해 여러 대학이 하나의 사이트에서 강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민간 단체별로 분산된 사이트에서 강좌를 제공하는 미국과는 다른 특징이다. 무크에 인프라와 운영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대학별로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과정을 정부가 해결해주면서 많은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또한, 플랫폼이 통합돼 있어 사용자들은 여러 사이트에 가입하거나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각 대학의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것은 무크를 단시간 내에 정착시킬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2012년을 ‘무크의 해’로 명명하고 교육계의 가장 혁명적인 사건으로 평가했다. 파급 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르며 범위 또한 광대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진행될 것이다. 이런 시류에 제때 동참하지 못한다면 국내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의 명문대들이 앞다투어 무크에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세에 밀려 급하게 편승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속도 있게 발전하지 못하는 대학이라면 수강자들의 냉정한 평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3년에 이미 구조조정을 뜻하는 단어(work out)와 무크를 합성해 “MOOC’d Out”이란 신조어를 내놨다. 무크가 촉발시킬 대학의 구조조정 가능성을 내다본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한 공개강좌가 긍정적인 효용성을 발휘한다면 대학은 세계 수천만의 수강자들과 교류하며 교육의 질을 스스로 높여갈 것이다. 여러 기초 지식을 습득하는 창구가 무크로 대체된다면, 대학은 그 지식을 바탕으로 보다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한 차원 높은 역할 변화도 이뤄낼 수 있다. 대학의 기능 혁신, 교육의 질적 혁신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변혁이다.

온라인 강의를 수료하는 것이 양질의 대학 교육을 경험한 수강자들의 자기만족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사회생활과 취업에 적용할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형 무크의 중장기적인 과제다. 조지아 공대는 2014년 무크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학비는 기존 등록금의 6분의 1 수준으로 책정됐다. 학위를 뜻하는 ‘degree’와 무크를 합성한 단어 ‘MOOD’는 외국 대학들이 얼마나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제 막 도입된 한국형 무크는 수강자의 75%가 학사 이상의 학위를 소지하고 있고 43%는 직장인이다. 실무에서 부족한 전문 지식을 보완하기 위해 수강한다는 뜻이다. 온라인 강좌를 직능과 연계해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무크가 평생 교육의 창구로서도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가 주력해야 할 또 다른 발전 방향이다.

대학 담장 안에만 고여 있던 고급 학문과 지식이 캠퍼스를 넘어 전 세계의 대중에게 흘러가 닿고 있다. 그 물꼬를 튼 것이 바로 무크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가 창조해낸 새로운 교육의 물줄기는 지식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갈증을 해갈할 것이며 학습을 통해 성취한 발전은 우리의 삶을 보다 비옥하게 가꿔줄 것이다. 원한다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에게도 열려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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