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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민간요법에 머리카락 우수수...무모(無毛)한 도전 말고 병원부터 가세요

남성형-휴지기-원형탈모 등

원인·증상별 치료법 다른데

샴푸 등 비의학적 치료법 의존

질환 악화시키는 경우 비일비재

정부, 탈모방지제품 기준 강화 추진





몇 년 전부터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제법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 회사원 유미혜(32·가명)씨.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라 이 같은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유씨는 탈모 예방 효과가 있다는 샴푸와 각종 건강기능식품에 의지해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열심히 썼지만 빠지는 머리카락 수는 점차 늘어나 매일 아침 빗질을 하다 깜짝 놀라기 일쑤였다. 유씨는 뒤늦게 병원을 찾았고, ‘휴지기 탈모’ 진단을 받았다. 무리한 다이어트와 스트레스 등으로 모발 성장 과정 중 머리가 빠지는 휴지기가 길어지면서 탈모가 상당 기간 진행된 상태였다. 일찍 병원 문을 두드려 제대로 된 진단을 받았다면 그간 들인 비용을 절감하고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었다는 생각에 유씨는 후회가 몰려왔다.

유씨처럼 이상 두피 증세를 경험하지만 섣부른 자가진단과 치료 혹은 지인의 조언에 의존해 탈모 샴푸나 두피영양제 같은 비의학적 관리법만 지속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는 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질환임에도 관련 제품이나 지인의 조언만 믿다가 적절한 의학적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어설픈 자가진단이 화 키운다=탈모는 정상적으로 모발이 존재해야 할 부위에 모발이 탈락하거나 점점 줄어드는 증상을 일컫는다. 탈모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남성형 탈모, 휴지기 탈모, 원형 탈모 등으로 나뉜다. 남성형 탈모는 탈모 인구의 70∼80% 비중을 차지하는 가장 흔한 탈모 형태다. 정수리나 이마의 M자 부위에서 시작해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며 이마선이 점점 뒤로 후퇴하거나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증상을 겪는다. 남성형 탈모는 유전 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환되면서 모낭을 공격해 발생한다. 휴지기 탈모는 무리한 다이어트·출산·갑상선기능저하 등 외부 영향을 받아 발생하며 정수리 부분 또는 가르마 위 머리가 빠지면서 증상이 심해진다. 주로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탈모는 이처럼 원인과 증상이 제각각이라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 일단 탈모가 의심되면 우선 재빨리 피부과를 방문해 본인의 탈모 유형과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받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대다수는 탈모를 질환으로 보지 않아 병원을 찾지 않는다. 이 같은 결과는 국민인식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한모발학회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강동경희대병원과 성바오로병원을 방문한 10세 이상~70세 미만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탈모에 대한 인식 및 행동 패턴을 조사한 결과 탈모증 진단 시 10명 중 5명이 가족·친구 등 지인의 의견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 증상이 의심됨에도 병원을 찾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증상이 병원에 갈 정도의 탈모증이 아니라고 낙관적으로 자체 판단(46%)하는 데 있다.

외려 환자는 병의원보다 피부관리실·미용실·한의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응답자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탈모 예방법으로는 ‘샴푸와 두피영양제인 토닉 등의 화장품 사용’이 46%로 가장 많았고 ‘병의원 치료’는 36%에 불과했다. 이 밖에 두피관리실·한의원·미용실 방문(9%), 탈모에 좋은 음식 섭취(4%)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효과에 대한 만족도는 이와 반대였다.



10명 중 9명은 ‘탈모 방지 샴푸 등 탈모 관련 제품의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답했으며 ‘두피관리실·한의원·미용실 방문’이나 ‘탈모에 좋은 음식 섭취’ 만족도는 각각 19%, 2%에 그쳤다.

강훈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교수는 “탈모증의 효과적 치료를 위해서는 탈모 유형과 단계에 대한 의학적 진단이 선행돼야 함에도 대다수의 환자가 비의학적 방법에 의지해 질환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증상이 나타나는 즉시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 올바른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단 따라 치료법 달라=흔히 ‘대머리’라 불리는 남성형 탈모증 치료법은 크게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 약물치료제로는 먹는 약 ‘피나스테리드’ 제제와 바르는 약 ‘미녹시딜’ 제제가 있다. 프로페시아 등 피나스테리드 제제는 탈모의 주범인 DHT의 농도를 낮춰준다. 하루 한 알 복용하는 이 약은 임상시험에서 90% 이상이 탈모 진행이 멈추거나 새 모발이 자라나는 효과를 보였다. 미녹시딜 제제는 두피에 도포 하는 치료제로 프로페시아와 함께 사용하면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탈모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후두부의 모발을 탈모 부위에 옮겨 심는 모발 이식 수술을 진행한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원형 탈모는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리 몸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세포·조직을 외부 물질로 인식해 스스로 공격하는 격이다. 이 경우 정신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병행해 스트레스 요인을 줄여나가는 데 중점을 둔다.

◇더 깐깐해지는 탈모 샴푸 효능·효과 표시제도, 의약외품서 ‘기능성 화장품’으로 품목 변화 예고=대한모발학회에 따르면 연 4조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탈모 시장에서 올바른 의학적 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심각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탈모 관련 제품 효능·효과 표기 부분에서 심심찮게 드러나는 과장 광고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학회는 과장된 효능·효과 표기와 올바르지 않은 질환명 사용 등으로 탈모증 환자가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반의약품·의약외품·화장품 등 탈모 관련 제품에 대한 정확한 분류와 제도 정립을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회 토론회 후 현재 의약외품으로 분류된 탈모 방지 제품의 허가 및 표시 광고 제도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지난해 12월 의약외품 탈모 방지 샴푸 대상 안전성·유효성 재평가 실시 등을 골자로 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 있었던 의약외품 정책설명회에서는 탈모 방지 제품의 효능·효과가 현행 ‘탈모 방지 및 모발 굵기 증가’에서 ‘탈모 증상 완화 보조’로 변경될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의약외품 탈모 방지 샴푸의 경우 기능성 화장품으로 재분류하는 입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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