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토요와치] 쓰고, 클릭만 하면 책이 뚝딱...나도 작가다

'부크크' 등 자가출판 플랫폼 등장

무료로 전자·종이책 만들 수 있어

콘텐츠만 있으면 누구나 著者 가능

일부는 베스트셀러 올라 재출간도

침체된 출판시장에 새 활력소 기대

0915A16 메인




0915A16 자가출판 흐름도


#영문학 박사인 이모씨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책 출간을 계획하고 출판사를 찾았다. 그러나 판매가 어렵다는 판단에 출판사는 이씨의 출간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씨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무료로 출간이 가능한 전자책 포털사이트를 발견했고 이 사이트를 통해 본인의 지식을 전자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남길 수 있었다.

#20대 남성인 송모씨는 자신의 생각을 담은 종이책을 만들고 싶었다. 우연히 무료로 종이책을 만들어주는 자가출판 플랫폼을 발견하고 글을 썼다. 종이책으로 나온 그의 저서는 일부 온라인서점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송씨는 본인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내 책을 만든다는 것은 ‘버킷 리스트’에도 빠지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의 큰 희망 사항 중 하나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 큰돈을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일기장이 아닌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 그런 듯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책을 출간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신이 쓴 원고를 출판사에 투고한 후 채택되기를 기다리거나 출판사의 한 분야 전문가에게 출간을 제의하는 기획출판이 일반적인 출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쇄 기술 발전으로 디지털 인쇄기 보급이 늘어 인쇄 비용이 낮춰지면서 2000년 후반부터 출간 비용을 지불하고 책을 내는 ‘자비출판’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출판 시장이 불황을 겪으며 적게는 수십부에서 많게는 1,000부까지 일정 비용을 내면 인쇄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해주는 출판사들이 증가하면서 저자가 되는 길은 한결 쉬워졌다. 그래도 아직은 자기출판의 경우 최소한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이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최소 수십만에서 수백만원의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책을 만들고 싶은 이들의 욕구를 해소해줄 새로운 플랫폼 업체가 국내에도 생기면서 출판 환경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이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콘텐츠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로 종이책과 전자책을 만들 수 있다. 사실상 누구나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이 늘면서 기존에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책을 홍보할 수 있게 됐고 책 판매 또한 기존 유통망을 사용하지 않고 가능해졌다. 자가출판을 통해 출간된 일부 책은 온라인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인기에 힘입어 기존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재출간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어느덧 자가출판은 출판 유통 환경까지 바꾸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출판 환경 변화로 쉽게 저자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일각에서는 콘텐츠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래도 저자들의 전성시대가 오히려 침체된 국내 출판 시장에 활력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분석이 훨씬 지배적이다.

◇‘자비출판에서 자가출판으로’ 출판의 진화=종이책은 50부에 90만원, 1,000부에 290만원. 전자책은 150쪽 이내 50만원, 300쪽 이내는 80만원. 일부 출판사에서 제시하는 자비출판 비용이다. 책을 내고 싶은 이들이 늘면서 자비출판을 해주는 출판사 수는 점차 늘고 있다. 비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출판사만 30여곳이 넘는 곳으로 알려졌다. 자비출판 전문 출판사 외에도 작은 규모의 출판사들 역시 출판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정 비용만 지불하면 자비출판을 해주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용이 사실상 들지 않는 자가출판 플랫폼 업체가 등장하면서 창작 욕구에 불을 지피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자가출판 플랫폼 업체 ‘부크크’다. 부크크는 책 출간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체 온라인 서점과 교보문고 온라인 서점에 저자가 만든 책이 팔릴 수 있도록 유통망도 확보했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작가가 출판한 책을 독자가 주문할 때 한 부씩 인쇄해 배송한다는 점이다. 기존에 도서를 출판할 때 1,000부 이상씩 먼저 인쇄해두는 것과 달리 작가가 재고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초기 출판 비용도 없다. 유통구조가 단순화되면서 저자에게 지급되는 인세도 높다. 일반 출판사의 경우 평균 7~10%를 저자 인세로 지급하지만 부크크의 경우 저자 인세를 35%까지 지급한다. 부크크는 지난 2014년 말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 반 만에 1,200여 종의 도서를 출판했으며 매월 100종 이상씩 출판하며 고속 성장하고 있다.

종이책뿐만 아니라 전자책을 무료로 만드는 것도 가능해졌다. 전자책 포털사이트 유페이퍼는 전자책을 만들어 팔고 싶은 이들에게 무료로 EPUB웹에디터를 제공한다. 유페이퍼 사이트에서 회원 가입 후 로그인하면 본인만의 사이트인 내페이퍼가 생성되며 내페이퍼에 만든 EPUB파일을 업로드한 뒤 판매등록하면 본인만의 전자책 판매 사이트가 완성된다. 해외 유통망까지 갖춰 유페이퍼에 대한 개인 회원 등록이 줄을 잇고 있다. 전체 등록 인원(4,000명) 중 3,000명이 개인 회원일 정도다. 책을 만들어 팔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이 늘면서 하루 평균 50건이 판매 등록되고 있다. 유페이퍼를 운영하는 이병훈 다우인큐브 콘텐츠사업본부장은 “종이책을 내려다 실패한 이들의 출간을 도와주기 위해 사이트를 열었다”며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상상력을 책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만큼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이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가출판으로 베스트셀러 오르기도=미국 범죄소설 작가 존 로크는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자가출판’ 방식으로 직접 낸 작품으로 100만부 판매를 이뤄 ‘밀리언셀러’ 작가가 됐다. 전자책만 판매한 작가들 중에서는 최초다.

국내에서는 자가출판 플랫폼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가출판을 통해 책 판매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SNS 사용이 늘어 책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자가출판을 통해서도 책 판매를 늘리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부크크에서 출간된 책 역시 존 로크 정도의 판매량은 아니지만 자가출판된 책임에도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출간된 흔글(필명)의 ‘시쿵심쿵’ 시리즈 세 번째 편 ‘무너지지만 말아’는 판매량이 높아 최근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재출간됐다. 온라인 서점 시에세이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6위에 들기도 했다. 유페이퍼에서 전자책으로 먼저 만들어졌던 홍익희 저자의 ‘유대인 이야기’ 역시 종이책으로 출간돼 수만권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출판을 통해 책을 낸 일반인들이 책 판매에서도 좋은 실적을 얻으면서 자가출판이 서점을 통해 책이 판매되는 기존 출판 유통 환경까지 바꿀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크크가 벤치마킹한 자가출판 업체인 미국의 루루닷컴은 2014년 기준 연간 20만종의 책을 내고 있으며 매출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건희 부크크 대표는 “지난해 열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는 자가출판이 이슈였다”며 “미국의 경우 자가출판으로 출간되는 종수가 많아지면서 자가출판을 통한 판매량이 기존 서점을 통한 판매량을 많이 따라왔다”고 말했다.

◇자가출판 출판계 활성화에 기여하나=책을 읽는 사람과 사는 사람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자가출판 플랫폼에 힘입어 책을 내는 이들은 점차 늘고 있는 것이 기이한 현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자가출판을 통해 책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작품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출판 업계의 지배적인 생각은 다르다. 한 대표는 “자가출판이 늘면 콘텐츠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그러나 작품이 늘어나면 결국 질도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웹소설과 웹툰 사례와 같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되고 이를 통해 많은 작품이 출판되면 질 좋은 작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자가출판 수요 증가가 출판계 불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커질수록 더 좋은 작품을 쓰려는 노력 또한 커지기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자가출판이 증가하는 현상은 스포츠에서 아마추어 저변이 확대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책을 내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할수록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가출판 증가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