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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하다 아車車…잠 못 드는 밤, 당신의 안전은 빨간불

수면장애로 '車=도로위 흉기'

'졸음 사고' 치사율 2배 높아

"숙면은 자기보존의 기본 욕구"

시계 잠자리서 안보이는 곳에

업무와 수면공간 철저히 분리

늦게자도 일정하게 기상해야

직장인 양모(수원시 조원동·43)씨는 최근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했다. 급한 업무가 있어 잠실에서 영등포로 가기 위해 택시를 잡아탄 양씨는 10여분을 달리다가 계속해서 한 손으로 목을 주무르고 있는 기사의 뒷모습을 봤다. ‘격무로 피곤하신가 보다’라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점점 가는 방향이 이상해진 걸 느낀 양씨는 기사에게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며 소리 높여 말했다. 이윽고 돌아온 기사의 답변은 더욱 놀라웠다. “깜빡 졸아서 제 길로 가지 못했다”는 말에 양씨는 순간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다행히 나는 별 사고 없이 내렸지만 그 이후가 걱정이 됐다”며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기사에게 휴식이 절실해 보였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졸음운전’으로 행여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아찔한 경험’은 비단 양씨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의 이면에는 모두 ‘졸음운전’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8시50분께 중부고속도로 곤지암IC로부터 서울 방향 3㎞ 지점에서 고모(65)씨가 몰던 모하비 승용차가 앞서 가던 모닝 승용차를 들이받아 모닝 승용차 운전자 김모(28)씨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은 모하비 승용차 운전자 고씨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틀 전에도 졸음운전 사고가 있었다. 14일 오후2시10분께 전남 여수에서 시멘트 운반 트레일러 운전자가 졸음 때문에 사고를 내 향일암으로 여행가던 일가족이 참변을 당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영동고속도로에서 관광버스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다 무려 41명의 사상자를 내기도 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계속되면서 수면부족 혹은 수면무호흡·불면증·기면증 등 수면장애로 인한 졸음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심층 분석이 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상상초월, 수면 부족이 불러오는 참극=1986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최악의 방사능 누출사고로 기록돼 있는 1984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등 치명적인 재앙은 모두 관리자의 ‘수면장애’가 주원인이 됐다. 수면장애는 ‘도로 위 흉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졸음운전 교통사고 치사율은 평균 4.75%로 전체 교통사고 평균인 2.4%의 2배에 달한다. 2013∼2015년 3년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경찰청)만 들여다봐도 전체 812명 가운데 93명(11.5%)이 졸음운전 사고로 인해 숨졌다. 치사율로 따지면 졸음운전 사고(660건)당 사망자가 93명으로 14.1%에 달한다.

졸음운전을 발생시키는 원인에는 절대적 수면시간 부족 외에 수면무호흡·불면증·기면증 등 수면장애가 자리 잡고 있지만 이에 대한 심층 분석과 수면장애에 대한 평가는 현재까지 부재하다.

일본의 경우 별도 지원센터를 설립해 운전자 대상 수면검사를 일괄 실시한 후 수면장애 운전자를 지원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도 수면무호흡증과 관련한 신체검사 적격자에 대해서만 면허를 발급하는 등 ‘수면 질’ 관리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홍승봉 세계수면학회 아시아 대표(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교통사고 원인의 약 25%가 졸음운전 때문”이라며 “학회(전문가)·경찰청·도로교통공단·국회 등이 머리를 맞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졸음운전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등 ‘수면 질’ 관리에 정부가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꿀잠’은 생명의 자양분=셰익스피어는 수면을 ‘생명의 향연에서 가장 중요한 자양분’ ‘걱정이라는 복잡하게 엉킨 실 보푸라기를 수선해 짜나가는 것’이라고 격찬했다. 수면은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닌 다음 날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몸과 마음의 피로를 해소하는 능동적 과정이다. 살기 위해 물과 음식을 먹듯 수면 역시 자기보존을 위한 기본적인 육체적 욕구인 셈이다.

적절한 수면의 양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으나 대개 성인의 경우 7시간 30분, 청소년은 8시간,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9시간 이상의 잠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같이 잠을 자고도 낮 동안 피곤하거나 졸리면 각종 ‘수면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면 질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생업 등으로 늦게까지 깨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만성 수면 부족’이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24시간 동안 잠을 안 자거나 하루 4∼5시간씩 1주일을 자면 운전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와 비슷한 심각한 심신 장애를 보이게 된다”고 경고했다.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도 수면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 요인이다. 수면 중 10초 이상의 일시적 호흡 정지가 반복되는 상태를 ‘수면무호흡증’이라 일컫는다.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에 낮 동안 매우 졸리고 집중력이 크게 저하돼 교통사고 우려가 크다.

밤 동안 충분히 잠을 잤고 수면 질도 괜찮지만 그래도 낮에 매우 졸린 병도 있다. ‘수면과다증’이라 통칭하며 대표적 예로 ‘기면증’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지거나 수업·근무·회의·운전 중에 갑자기 졸음에 빠지는 질환이다. 기면증 환자의 70%는 크게 웃거나 화를 낼 때 등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가 있으면 몸에 힘이 순간적으로 빠져 ‘탈력 발작’을 동반하기도 한다.

수면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불면증’이다. 불면증은 신경 예민 등 기존에 불면증을 유발할 만한 원인을 갖고 있던 사람이 과도한 스트레스와 주변 환경적 요인으로 잠을 잘 자지 못하다가 잘못된 대처로 고착화·만성화될 때 상황이 심각해진다.

수면 질을 떨어뜨리는 이 같은 요인들은 만성화되기 전 바로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는 것’에 대해 대다수가 대수롭지 않은 생체 주기라 여기지만 수면 질이 급격히 저하된 상황에서는 인명 피해를 동반한 대형 교통사고의 주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개인 수면 패턴에 대한 꼼꼼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야 한다’ 압박 버려야 건강 수면=적당량의 운동과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잠들기 전 흡연을 삼가고 홍차·콜라·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을 피하는 것 역시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숙면법이다. 이외에도 수면 환경을 제대로 조성하기 위해 몇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우선 시계를 잠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새벽녘 중간에 잠에서 깨어나더라도 시계를 보지 않는 게 좋다. 밤에 깨는 경우를 대비해 간단한 자기 최면을 마련해두고 ‘자야 한다’는 압박감을 버린 상태에서 긴장을 이완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혹 15분 이상 잠이 안 오면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단순 작업을 반복하며 잠이 자연스레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

업무와 수면 공간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침대 등 잠자리는 반드시 수면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그곳에서 일을 하거나 다른 생각에 골몰하는 습관은 버리는 게 좋다.

불면증 환자에게는 ‘수면제한요법’이 좋다. 핵심은 설령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잠자리에 늦게 들더라도 아침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주 교수는 “불면증 환자 대다수는 자신의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시간이 나면 누워 자려 하고 저녁에도 일찍 잠자리에 든다”며 “그러나 실제로 잠을 자는 시간은 적어서 외려 불면증이 개선되지 않고 다음날 더 피곤하고 힘든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줄여 잠 효율(잠자리에 누워 있는 총 시간 중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을 높인 뒤 서서히 수면시간을 늘려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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