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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집' 고쳐주는 서비스 '닥터하우스' 눈에 띄네

벤처인 Talk! Talk! | 방성민 브랫빌리지 대표, 인테리어·청소·이사 등 원스톱 홈케어 플랫폼 구축 목표

방성민 대표가 브랫빌리지 사무실 입구에서 포즈를 취했다.




의사는 환자의 아픈 몸을 고쳐준다. 환자의 설명을 듣고 질병 유무를 판단해 그에 맞는 처방과 진찰을 한다. 그런데 환자가 아니라 집의 아픈 곳을 고쳐주는 서비스가 있단다. 스타트업 브랫빌리지가 운영하는 O2O 인테리어 서비스 ‘닥터하우스’ 얘기다. 인테리어부터 수리, 청소, 이사까지 집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홈케어 플랫폼 구축을 꿈꾸는 방성민 브랫빌리지 대표를 만나 비즈니스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0월 하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브랫빌리지 사무실을 방문했다. 밝은 미소를 띠며 기자 앞으로 다가선 방성민 브랫빌리지 대표의 첫인상은 꽤 독특했다. 지금까지 만나온 많은 스타트업 CEO 가운데 가장 유쾌한 기운을 내뿜는 듯했다. 서글서글한 미소와 유쾌한 말투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한 동생 같은 느낌이 들었다(방 대표는 기자보다 두 살 어리다).

그는 기자가 던진 몇몇 질문에 이제껏 들어보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답으로 웃음을 유발시켰다. 하지만 사업 얘기에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1시간 30분 여간 진행됐던 방성민 대표와의 유쾌했던 만남을 지금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기자는 방 대표와의 만남 전 그의 이력을 살펴보았다. 아직 30대 초반의 나이지만 브랫빌리지는 그의 네 번째 창업이었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21살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꽤 어린 나이에 창업을 했다면 혹시 금수저 아닐까?’

그를 만나자마자 다소 도발적인(?)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혹시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았어요? 기자의 물음에 방 대표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전혀 아니에요. 아주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 두 분은 모두 일을 하셨습니다. 회사를 운영하거나 그런 건 아니셨죠. 어머님은 여전히 방문판매업종에서 일하고 계시니까요. 금수저라면 학벌도 좋아야 하는데 솔직히 저는 공부도 잘하지 못했습니다. 학벌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고요. 학창 시절 정말 많이 놀았어요. 이렇게 많이 놀아도 되나 걱정이 될 정도였죠. 그땐 창업을 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어요. 아니, 안 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나요? 놀아야죠(웃음).”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방 대표는 좀처럼 가만있질 못했다. 홀연히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이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재밌을 것 같아서’, 그것이 장사에 도전한 유일한 이유였다. 방 대표가 처음 시작한 사업은 2000년대 초중반 활황기를 맞고 있던 조립 컴퓨터 제작판매업이었다. 인터넷으로 손님들이 견적을 신청하면 이에 맞춰 부품을 공수해 컴퓨터를 조립·제작했다. 조금 돈이 모이자 경기도 구리에 조그만 사무실을 열었다. 직접 발로 뛰며 일반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판매영업도 시작했다.

그렇게 2년 간 사업을 일군 방 대표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회사 운영을 지인에게 넘기고 두 번째 창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준비했던 두 번째 도전에선 아쉽게도 고배를 마셨다. 방 대표 표현대로라면 ‘시원하게 말아 먹었다’고 할 정도로 처참한 실패였다. 이때 방 대표는 ‘그저 재미만으로 도전해서는 창업은 성공할 수 없다’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제가 두 번째 도전을 감행한 이유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서도, 기발한 사업 아이템이 있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첫 번째 사업이 예상보다 잘되다 보니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내가 사업에 소질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였죠.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내게 돈 버는 재주가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오만이었죠. 실패를 맛본 후 일반 기업에 입사해 사회생활이 무엇인지 제대로 공부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꾸준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사업아이템 구상에 몰두했어요.”

3~4년 간 잠시 숨을 고른 방성민 대표는 2012년 세 번째 창업에 나섰다. 회사명은 ‘이지택시(East Taxi)’. 이름에서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콜택시 서비스 사업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방 대표가 운영한 이지택시가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의 원조라는 것이다. 이지택시 창업 후 사업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은 방 대표는 지인들과 함께 2014년 O2O 콜택시 서비스 업체 ‘리모택시’를 재창업했다.

리모택시는 콜택시 업계, 나아가 교통운수업 전반에 신선한 돌풍을 몰고 왔다. 콜택시 시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기존 IT 공룡들도 접근한 적이 없는 이른바 ‘블루오션’이었다.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한 이후에도 리모택시는 꿋꿋이 시장에서 버틸 수 있었다. 이지택시에서 쌓은 노하우, 그리고 지역 거점 기반 콜택시 스타트업 ‘단골택시’ 인수 등을 통해 얻은 경쟁력으로 꾸준히 규모를 키워나갔다. 한때는 카카오택시, 티맵택시와 함께 국내 3대 콜택시 플랫폼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방 대표는 이러한 리모택시의 성장을 밖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물론 내쫓긴 건 아니었다. 서비스가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후 제 발로 걸어 나왔다. 새로운 도전 의지가 샘솟았기 때문이었다. 방 대표는 말한다. “처음 생각했던 아이템은 패션큐레이션에 기반을 둔 커머스 사업이었습니다. 자신 있게 벤처캐피털을 찾아가 투자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죠. 그동안 리모택시에서 쌓아왔던 경력도 부각시키면서요. 그런데 보기 좋게 거절당했습니다. ‘그래, 네가 콜택시 사업을 잘 한 건 인정할게. 하지만 패션큐레이션은 전혀 다른 분야인데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지? 이 시장에는 이미 다른 플레이어들이 많은데 차별화할 수 있겠어?’ 이런 반응이 대다수였죠. 그래서 다시 아이템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도전하지 않은 블루오션을 발굴하는데 초점을 맞췄어요. 그때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아버지였습니다.”






방 대표는 O2O 인테리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더 많은 스타트업, 심지어 대기업도 뛰어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방 대표의 아버지는 25년 간 인테리어 시공 분야에서 한우물만 파온 베테랑이다. 방 대표는 어릴 적부터 어깨너머로 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아버지가 일하시는 인테리어 매장에는 공사를 의뢰하고 견적을 받으려는 상담고객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방 대표는 문득 당시의 경험을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상담 고객들이 인테리어 매장을 찾을 필요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간편하게 상담을 의뢰하고 직접 시공 신청까지 할 수 있다면 보다 편리하지 않을까?’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방 대표는 곧바로 아버지에게 자신의 구상을 털어놓았다. 방 대표의 아버지도 꽤 괜찮은 생각 같다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지난 2014년 12월 이지택시, 리모택시부터 함께해온 동료들과 함께 ‘브랫빌리지’를 창업했다. 창업 후에는 서비스 개발과 인테리어 공부에 몰두했다. 공사현장을 찾아 허드렛일을 자청하며 인테리어 시공을 직접 몸으로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방 대표와 브랫빌리지는 지난해 4월 ‘닥터하우스’를 론칭했다. 여기서 우선 닥터하우스가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자. 기존 인테리어 시공 과정은 매우 번거롭다. 우선 고객이 시공면적과 시공기간 등을 통해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을 요청하면 담당자가 방문해 현장 미팅과 실측을 진행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한 번에 만족시키는 업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업체를 다시 선정해야 하는데, 앞선 과정이 또 다시 반복되며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인테리어 업체는 전속 기술팀이 없기 때문에 프리랜서 기술자로 시공 팀을 구성한다. 이 경우 각 분야 별 기술자의 노임단가가 올라가 과도한 시공 비용이 든다. 고객은 견적 금액이 합리적인지 알 길이 없다.

닥터하우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깐깐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된 인테리어 업체를 소비자와 1:1로 연결시켜 주고 있다. 대부분 소비자가 거주하는 지역 인근의 업체로 한정하고 있다. 표준사양과 시공단가를 100% 공개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는 것도 닥터하우스만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방 대표는 “현재 120여 개의 인테리어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소비자와 연결을 해주고 있다”며 “고객이 원하는 예산과 일정에 맞는 업체들을 선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닥터하우스의 핵심 타깃 고객층은 내 집 장만에 나선 신혼부부, 그리고 11년~30년 된 건물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이다. 이들을 닥터하우스로 끌어오기 위해 방 대표는 주요 아파트 단지와 주거지역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체를 우선 공략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방성민 대표는 말한다. “집을 보기 위해 처음 방문하는 곳이 바로 부동산 중개업체입니다. 중개업체 업주를 따라 이곳저곳 집을 보러 다니다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하죠. 인테리어 시공에 대한 문의도 중개업체 업주에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는 우선 중개업체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업의 특성상 입소문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는 건 한계가 있거든요. 중개업체를 활용하면 좀 더 쉽게 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수익모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O2O사업, 특히 닥터하우스 같은 고객-업체 중개 서비스에선 연결 수수료를 수익모델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닥터하우스는 조금 다르다. 수수료 수익보단 시공에 필요한 자재공급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방 대표는 “고객들이 주로 찾는 자재를 대량 구매해 원가를 절감하면 좋은 품질의 자재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고, 발주 후 기다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며 “현재 주요 대형 건설 자재회사와 업무 제휴를 맺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미 대림C&S와는 협의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O2O 인테리어 시장에서 운영 중인 서비스는 사실상 닥터하우스가 유일하다. 경쟁자가 없다는 뜻이다. 브랫빌리지의 성장을 위해선 이보다 좋은 환경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방성민 대표는 오히려 더 많은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길 원한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 그리고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IT 공룡들이 뛰어들어도 ‘웰컴’이라고 말하며 반길 수 있다고 했다. 방 대표는 말한다. “어쨌든 시장이 커져야 되지 않겠어요. 많은 기업이 뛰어들어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 이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밌을 것 같아요. 그만큼 자신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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