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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예산 아니냐, 깎아라"..본질 흐리는 내년 나라살림 심의

최순실예산 걸러내기도 좋지만

무조건 연결 지으려는 건 문제

반복 부실심사에 시간도 부족

예결위원은 1년마다 바뀌고

전문성보다 지역우선 등 걸림돌





“이거 혹시 최순실씨 개입 예산 아니에요?” (11월8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

“이것도 최순실 일당들이 관여돼 가지고 농단한 이런 사업이지요, 맞지요?” (11월10일 예결위 소위원회)

400조원이 넘는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예결위의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최순실’이다. 나라 전체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한해의 나라 살림을 심의하는 예결위까지 정치적으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예결위에 참석했던 A부처 고위공무원은 “모든 질문의 시작과 끝이 최순실·차은택”이라며 “국민적 의혹이 있는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의원들의 뜻은 알지만 무조건 연결지으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각 사업별로 철저하게 검증돼야 할 예산안 심의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 예결위의 지난 8일 회의록을 보면 현재진행 중인 예산심의의 문제점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예결위 소위원회로 넘어오기 전에 해당 소관 상임위원회에서부터 졸속심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결위 간사인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우리가 예산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일차적으로 해당 소관 상임위원회에서도 감액은 한두 건에 그치고 전부 증액만 하고 있다”며 “예산심의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거 전부 돌려보내야 한다. 예산심의 중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상임위에서 삭감에 동의한 예산을 예결위에 와서 아니라고 발뺌을 하다가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부실한 사업을 들고 와서 증액을 요청하다가 사업계획서부터 똑바로 만들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실 국회의 예산안 졸속심의는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선 예산안을 제대로 심의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400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도 실제 예산심의가 이뤄지는 시간은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철저한 예산심의를 위해 지난 16대 국회부터 예결위가 상설특위로 전환됐지만 실제 상임위별로 본격 심의에 나서는 것은 국정감사를 마친 10월 중순 이후다. 여기다 정치적인 문제로 시간이 더 부족해진다. 지난해는 예결위 소위 위원 증원 문제로 감액 심의 시작이 늦어진데다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둘러싼 여야 충돌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올해도 대정부질의 과정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적지 않은 시간을 흘려보냈다.

1년마다 바뀌는 예결위원 구성 방식도 부실심의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예결특위는 일반 상임위와 달리 50명 규모의 매머드급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전문성보다는 국회의원 당선 선수 및 지역적 배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뽑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정부여당과 야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예산안을 심의하다 보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은 누더기가 되고 실제보다 감액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쪽지예산도 문제다. 국회에 따르면 2012~2015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발생한 쪽지예산의 규모는 총 4조1,0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깎아 본인들의 지역구에 내려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제 약 2주 뒤면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데 정치인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제대로 심의가 이뤄질 리 없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새로 신설된 사업이나 예년보다 많이 늘어난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심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정곤·임세원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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