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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현대사 집필진, 역사학자 한명 없이 '우편향'...공정성 논란

전체 31명 중 뉴라이트 대거 포함...일부 교수는 최근 박근혜 옹호 글

'대한민국 수립' 건국정통성 강조...국가수립 과정 갈등은 대폭 축소

친일파 행적·처리 균형있게 소개...북한 실태·도발행위 서술 강화도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중·고등학교 1학년생을 위한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 역사교과서가 베일을 벗었다.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실태와 도발행위 등을 명확히 한 점은 눈에 띈다. 친일파의 이름과 행적도 구체적인 자료와 함께 제시했다. 하지만 가장 관심이 많았던 현대사 부문의 집필진이 대부분 우파 인사로 구성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28일 국정 역사교과서인 역사Ⅰ·역사Ⅱ(중학교)와 한국사(고등학교) 현장검토본과 집필진 31명을 공개했다.

우선 한국사에서 ‘대한민국 수립’으로, 북한은 ‘북한 정권 수립’으로 쓰면서 유엔이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는 점을 연이어 강조했다. 기존 검정교과서들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하고 있는 부분을 바꿔 국가로, 북한은 ‘정권’으로 규정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행적과 국가 수립기에 이들에 대한 처리도 비교적 균형 있게 소개됐다. 한국사 229쪽 한 페이지에 걸쳐 이광수·박영희 등의 이름과 함께 친일행적을 적었고 친일파로 변절한 최남선에 대해서는 별도의 꼭지로 서술했다. 반민특위는 252쪽에 ‘이승만 정부 또한 반민특위 활동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공산화 위협에 대처해야 할 시급성 등을 들어 반공 경험이 풍부한 경찰을 잡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담화문을 발표하였다’고 한계가 있었음을 적었다.



북한의 도발과 실태는 엄격한 잣대로 논란의 여지 없이 명확히 썼다. 6·25 발발 당시와 관련해 기존 검정교과서들은 ‘1950년 6월25일 북한군이 38도선을 넘어 기습 남침하였다. 3일 만에 서울이 함락되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피난길에 올랐다’ 정도로 쓰고 있지만 국정교과서는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은 38선 전역에서 불법적으로 기습 남침하였다. 북한군은 치밀하게 준비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불과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7월 말에는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왔다’고 적어 불법적인 기습 남침을 강조했다.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체제와 남북한 관계’라는 별도 소단원을 설정한 것도 눈에 띈다. 이 단원에서는 김일성 독재체제의 구축, 3대 세습체제 형성, 탈북자와 인권·이산가족 문제, 북핵 위기와 북한의 대남 도발, 평화통일의 노력 등 5개 주제를 자세히 기술했다. 4쪽 분량으로 기존 검정교과서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분량이다. 특히 검정교과서들이 도발주체 없이 ‘천안함 침몰’로 표현한 것을 국정교과서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으로 주체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현대사 부문 집필진의 우편향성이 심각해 국정교과서를 집필하게 된 이유인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이날 공개한 집필진은 애초 예고했던 46명이 아닌 31명으로 초빙과 공모로 구성됐다. 역사학계의 집필진 참여 거부로 기대했던 규모의 집필진은 구성하지 못했다. 학계에서는 집필진에 ‘뉴라이트 학파’가 대거 포함돼 이념적 우편향성이 강화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현대사의 경우 역사전공자가 한 명도 없고 대부분 우파 성향의 인사들이 포진했다. 실제 이 같은 성향이 반영돼 국정교과서는 국가 수립 과정에서 발생했던 갈등에 대한 설명은 크게 축소했다. 현행 검정교과서들은 남한만의 단독선거에 반대했던 사례들을 소개했지만 국정교과서에는 없다. 특히 1948년 4·3사건에 대해 현행 교과서는 무장봉기의 전후 사정과 2만5,000명에 달했던 제주도민의 피해를 자세히 서술했지만 국정교과서는 ‘군경과 무장대 간의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많은 무고한 제주도 주민들까지 희생됐다’라고만 썼다.



일부 집필진의 과거 행적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하느님 앞에 죄 없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할 때”라는 글을 남겼다. 현대사 집필진 중 한 명인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는 과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방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글을 올린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국정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는 현대사 집필진 중 역사전공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교수 역시 “집필진 구성이 골고루 배치되지 않았고 특히 현대사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김민형·박진용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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