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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순실 國調' 핑계로 산업기밀까지 요구하다니

국회의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에 불려갈 기업들이 국회의원들의 무차별 자료 요청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9개 그룹 총수들을 청문회장에 세운 것도 모자라 박근혜 정부 이후 추진한 신규 사업과 인수합병(M&A)에 대한 경영자료 일체를 내놓으라거나 이사회 의사록을 제출하라는 식의 마구잡이 요구를 일삼아 수위조절에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조사가 범위나 증인 면면에서 ‘슈퍼 국조’로 불리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엄중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회가 정당한 권한을 넘어 기업 경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기업 M&A는 사내에서도 극소수만 인지할 정도로 극비리에 추진되는 경영 사안이다. 기업들은 M&A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나 협상 내용에 대해 비밀유지협약까지 맺고 있으며 정보 유출로 소송전에 휘말린 사례도 부지기수다. 비록 상장사라 해도 이사회 의사록에 대해 별도의 공개 의무를 두지 않은 것은 경영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만일 국정조사에 제출된 기업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무분별하게 공개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 돌아가게 마련이다.

지난달 말 시작된 국정조사는 이제껏 의원들의 호통소리만 요란할 뿐 국민들의 관심을 별반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터에 일부 의원들은 재계 총수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청문회 스타’로 튀겠다며 거창한 폭로전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일부 특위 의원들이 편리를 봐줄 테니 반대급부로 다른 기업의 약점을 내놓으라는 식의 뒷거래를 제안하는 데도 이런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기업에 부담스러운 자료를 빌미로 지역구 민원을 청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정조사에 임하는 의원들의 근본 자질과 양식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국정조사가 또다시 기업비밀이나 까발리고 경영인들을 망신주는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에야말로 권력과 기업의 취약한 연결고리를 짚어내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논의의 장이 돼야 한다. 국민은 논리적 질문과 건전한 비판이 오가는 품격 높은 국정조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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