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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함정'에 빠진 중소기업

러시아서 보일러 판매 1위 업체

매출 늘어도 환차손에 수익 감소

의류 OEM도 1조 매출 거뒀지만

美도매상 주문 감소에 실적 울상

베트남·印尼 인건비 상승도 부담

"해외진출 리스크 대비 강화해야"

국내 대표 보일러 기업 경동나비엔은 러시아에서 보일러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내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으면서 품질이 좋은 제품으로 인정받아 ‘러시아 국민 브랜드’에 선정됐다. 지난 2011년에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후 후발 주자라는 불리함을 딛고 기술력을 앞세워 정상에 우뚝 선 셈이다.

이처럼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경동나비엔은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적자 때문이다. 매출이 늘어나는데 왜 적자가 나는 것일까. 원인은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이다. 경동나비엔 러시아 법인은 본사와 수출 대금을 유로화로 거래하고 있지만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으로 매출만큼의 성장세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3월 원화 1원당 39.37루블이던 환율은 지난해 1월 14.32원으로 하락한 후 여전히 1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3월 공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법인의 2015년 기준 매출액은 285억원이었으나 당기순손익은 11억원 적자였다. 경동나비엔은 단기적으로는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수출에 눈 돌리는 중견·중소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수출물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익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이른바 ‘수출 함정’이다.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주문(OEM) 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세실업과 세아상역, 한솔섬유 등 섬유업계 3대 기업은 지난해 1조 이상의 매출을 냈으나 이익이 줄어들고 있어서 고민이다. 주요 거래처인 미국의 대형 의류 도매 업체들이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에게 점유율을 뺏기면서 주문량이 감소한 탓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아마존 등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몰리자 오프라인 도매·유통 업체들도 가격 경쟁을 위해 상품 원가를 낮추기에 주력하고 있다. 또 미국의 의류산업 성장둔화로 의류브랜드 갭(GAP) 등 미국 의류 회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영향으로 국내 OEM업체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세실업의 지난해 3·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0.7% 줄었고 영업이익은 54.6%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제품을 공급하는 국내 벤더사들은 수출을 늘려도 마진율이 떨어져 애가 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국내 기업들이 공장을 건설한 국가의 인건비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도 국내 의류 OEM 기업들이 박리다매 방식으로 수출하며 생산원가를 이미 많이 낮춘 상태인데 여기서 더 가격을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기업계에서는 정부의 수출 지원 정책이 단순한 해외 시장 진출을 넘어 리스크 대비 쪽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그에 대한 준비 없이 수출량만을 늘리는 것은 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의류 업계 관계자는 “납품 원가 절감을 위한 원부자재 확보와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중”이라며 “국제 정치적인 문제나 시장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문해주는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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