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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병들 부실급식 먹는 10년 동안 군 당국은 뭐했나

60만 군 장병들이 먹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친 식품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엊그제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소시지ㆍ돈가스 등 22개 군 장병용 급식품목에 대해 담합한 19개 사업자에 시정명령ㆍ고발과 함께 과징금 335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군납식품에 제재를 가한 것은 처음이다. 먹거리, 특히 군 장병의 밥상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담합행위를 한 업체에 대한 공정위의 조치는 당연하다.

공정위 조사로 드러난 담합 수법은 치밀하고 교묘했다. 입찰과정에서 미리 연락하거나 만나 낙찰기업과 들러리 업체를 정한 뒤 금액을 조율해 높은 가격에 낙찰받는 방법을 썼다. 대다수 군납품목은 전국을 4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 입찰을 하는데 한 업체가 1·3지역을 가져가면 나머지 업체가 2·4지역을 할당받는 식으로 물량을 나눠 먹기도 했다. 한 업체는 담합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퇴직한 직원을 통해 다른 회사에 투찰 예정가격을 알려주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이런 식의 담합이 이뤄진 기간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무려 10년이나 된다. 계약 건수도 329건, 금액으로는 5,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다. 문제는 담합이 낙찰률 상승으로 이어져 수백억원의 국방예산이 줄줄 샜다는 점이다. 참치·골뱅이 통조림의 경우 낙찰률이 평소 경쟁상황에서는 90~93% 수준을 유지했지만 담합이 진행된 시기에는 93~98%까지 상승했다. 군이 최대 8%포인트까지 비싼 가격을 주고 통조림을 사줬다는 얘기다. 질 낮은 식자재를 높은 가격에 산 셈이어서 결국 장병들은 ‘비싼데도 맛없는’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군대 급식이 부실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입장에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군납 계약주체인 방위사업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0년 동안이나 담합이 횡행했는데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은 사후관리와 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혹시 내부에 담합을 묵인해주고 사익을 취한 자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담합 기업에 조속히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담합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죄질이 무거운 곳은 퇴출해야 할 것이다. 담합에 악용된 지역분할 입찰 방식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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