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최원영은 “배우의 길을 뒤늦게 시작한 게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스스로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월계수’에 함께 출연한 차인표 형도 서른에 연기를 시작했죠. 제가 늦게 시작해서 크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고 가다보니 궁금 할 수 있어요. 늦게 시작한 거 많습니다. 저의 이런 길이 크게 화두를 던질 건 없지만, 뒤늦은 출발이 꼭 단점만 있다는 건 아니라는거죠. 좋게 생각하려고 하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깃듦의 성숙함, 또 표현력의 결이 달라질 수 있어 좋다고 보면 또 좋습니다.”
‘천천히’ 하지만 ‘명확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최원영과의 인터뷰는 ‘나이 듦의 미학’으로까지 화제가 이어졌다.
“살다보면 확실한 게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이죠. 나이가 들어 표현력이 좋아지지만, 젊음은 계속 가져갈 수 없어요. 젊음을 잃는 대신 얻는 게 있어요.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걸 두려워하는 것보단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하죠.“
그는 협업하는 작업 속에서, 스스로의 쓰임을 제대로 아는 ‘멋있고 명쾌한 배우’이다.
“‘월계수’라는 작품 안에서 ‘태평’이라는 인물로 쓰임새가 있었고, 시청자들이 그 몫을 잘 해냈다고 봐주시고 판단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내 쓰임이 제대로 쓰였다고 생각해요.”
“쓰임새를 명확하게 하는 배우들이 멋있고 명쾌해요. 작가 그리고 감독의 의도를 전체 틀 안의 도구로써 표현해야 비로소 그림이 완성된다는 거잖아요. 배우는 작가가 공들여 쓴 극본 이상으로 인물을 해석해야 멀리 있어도 작가와 서로 일치되는 내용을 전달 할 수 있어요 .그게 곧 작품 전체를 보게 하는 이유예요.“
그에 따르면, 좋은 배우는 관객들에게 ‘모래알 속에 진주’로 존재했다. 수 많은 모래알 속에서 반짝이는 진주 배우를 발견 했을 때의 기쁨은 대중들에게 신선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확실한 건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느낀 최원영이란 배우의 좋은 기운은 인터뷰 현장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수첩에 적어놓고 싶어질 정도로 ‘시대의 지성인’ 기운이 묻어났다.
“시대의 지성인이요? 과분한 애칭인 걸요. 그렇게 보인다면 좋은거겠죠. 단 그 틀에 갇혀있고 싶진 않아요. (특별한 이미지)그것 때문에 얻을 수 없는 뭔가가 배우에겐 (또 다른)배우가 될 수 없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거든요. 배우는 어떤 인물을 만나도 편견 없이 표현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의 좋은 에너지는 연극 무대에서 더욱 빛난다. 최원영은 지난 2015년 2개월여 동안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무대에 올라 37회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소화 한 바 있다. 무대 위에서 속사포같이 대사를 내뱉으며 땀에 머리가 흠뻑 젖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연기하며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관객을 만났다. 이에 다시 그의 연극 무대를 보고 싶다고 하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연극을 하고 싶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월계수’ 속 한물간 록커 성태평이 무대 위로 살아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김수로 프로젝트의 연극 ‘헤비메탈걸스’도 그와 더 없이 잘 어울려 보여 추천했다.
“그 연극 당연히 알고 있죠.”라며 반가운 반응을 보인 최원영은 “수로 형이 저희 ‘월계수’를 안 보셔서 성태평이란 인물을 모르실 것 같은데요. 그래도 수로 형의 제안이 온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원영은 KBS 월화극 ‘화랑’과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출연해 각각 명의 안지공과 왕년에 잘나갔던 록발라드 가수 성태평을 연기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최종회는 35.8%(이하 전국 집계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54부의 대장정을 마쳤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