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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조조정 조선소에 선박 건조 떠미는 한심한 정치권

조선업계가 4,500억원 규모의 초대형유조선(VLCC) 발주 물량을 놓고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이 4년 만에 VLCC 5척을 발주하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저마다 수주 기대감에 들떠 있다.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조선소로서는 ‘가뭄 속 단비’일 것이다.

현대상선의 VLCC 발주는 2조6,000억원 규모의 ‘선박 신조 프로그램’을 활용해 국적선사의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지원책이다. 공정한 입찰경쟁을 통해 값싸고 좋은 배를 제때 인도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개입해 특정 조선소에 발주를 맡기라며 대놓고 요구하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다. 전북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해 선박 10척의 일감을 확보하라”며 금융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경제성 논리보다 지역 형평성을 따져 물량을 배정해야 한다거나 혈연관계를 거론하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나오는 판이다. 일감이 없어 6월께 잠정 폐쇄될 군산조선소를 정부가 앞장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조선소들이 하나같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시장원리를 무시한 채 너도나도 숟가락이라도 얹겠다고 달려드는 형국이다.

그러잖아도 대선을 앞두고 구조조정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은 도를 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채권단에만 책임을 떠넘기는가 하면 민간 고유의 경영사항까지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며 훈수를 두고 있다. 구조조정 원칙을 훼손하더라도 지역 이권을 챙겨 표만 끌어모으면 된다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지역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선박 수주시장마저 개입한다면 공정성과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국가 경제에 더 큰 비용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치 지도자들이 구조조정 과정에 끼어들겠다면 더 이상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지 않고 모든 뒷감당을 책임지겠다는 각서부터 써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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