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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시대착오적 바벨탑 논쟁을 보며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이사





지금 서울은 바벨탑 논쟁을 하고 있다. 한강변 아파트의 재건축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에 재건축을 준비하던 아파트 주민들은 끓어오르고 있다.

150여년 전인 19세기 중반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고안과 엘리베이터 발명을 계기로 세계는 고층화 경쟁을 시작했다. 뉴욕 맨해튼은 마천루의 도시로 성장했고 도쿄·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는 지금 한창 초고층 경쟁이 치열하다.

20세기 최고의 건축가인 프랑스의 르코르뷔지에는 건축물의 고층화로 더 넓은 광장이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인다고 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폐허로 변한 도시의 재건을 위해 위니테 다비타시옹을 설계했다. 아파트 337채가 들어선 12층짜리 고층 건물을 프랑스 사람들은 ‘미치광이 집’이라며 조롱했다. 이후 이 건물은 현대 아파트 주거의 효시로 자리 잡았다. 공간을 수평에서 수직으로 높게 쌓아 건축 공간이 수직으로 확장되는 혁신의 계기가 됐다.

지금 전 세계 인구의 약 50%가 도시에 산다. 한정된 도시에 사람이 몰려들면서 압축도시(compact city)가 대세다. 선진국들은 대표 도시를 편리하고 즐겁고 행복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전쟁하듯 경쟁하고 있다. 한정된 도시에 몰려드는 많은 사람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초고층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세계는 뾰족하다(The world is spiky)”고 한 미국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세계는 재능 있고 창조적인 사람과 회사가 도시에 집중되면서 발달해간다고 했다. 그 가운데에서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서울의 1인당 사용 가능한 대지 면적은 27㎡로 도쿄 52㎡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이 발달하고 서울시민이 쾌적하게 살기 위해서는 건물과 집을 높게 짓는 방법밖에 없다.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도시연구소인 ‘스마트 프로스퍼리티 인스티튜트’의 연구 자료를 보면 인구밀도가 낮은 도시(40인/㏊)의 생활비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230인/㏊)보다 2.4배 높게 나왔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 살수록 생활비가 더 적게 드는 셈이다.

고밀도 도시의 인프라를 정비해 살기 좋게 하는 것이 삶의 질을 효율적으로 높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도시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도시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35층은 무엇을 얻거나 지키기 위한 제한인가. 도시 경관을 지키고 시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유도 수단은 참으로 많다. 기준층 건폐율, 차폐율, 입면적 그리고 천공률까지 있다.

제한된 용적률에 아파트가 높아지면 동 수가 줄어든다. 바람이 더 많이 통하고 햇빛이 사이사이로 멀리까지 비치게 되고 답답함도 덜하게 된다. 참 쉬운 자연의 법칙이다. 유연성 있는 도시정책으로 서울이 국가경쟁력을 높여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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