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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가 공기업 채용날짜까지 정해야 하나

정부가 공공기관 합동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성격이 유사한 공공기관끼리 같은 날짜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방식이다. 금융과 에너지·사회간접자본(SOC) 등 7개 분야 15개 그룹으로 나눠 많게는 7개, 적게는 2개 공공기관이 채용일정을 통일한 것이다. 정부는 “연중 분산채용으로 중복 합격자의 연쇄이동과 수험기간 장기화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적지 않았다”며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말마따나 여러 군데에 합격하고도 입맛에 맞는 곳만 골라 가니 입사 포기 대상 기관은 여간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같은 날 분산응시가 채용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취업준비생의 반응은 신통찮다. 인터넷상에는 “취업에서도 눈치작전을 하라는 말이냐”는 식의 비판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무엇보다 선택의 기회가 줄어든 데 대한 불만이 가장 클 것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공공기관 합동채용도 장점 못지않게 단점이 적지 않다. 일자리 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취업을 앞둔 청년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럴수록 서둘지 않고 공론화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가을 채용 시즌에 맞춰 성급하게 결정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해당사자인 취업준비생의 입장을 제대로 들어봤는지도 의문이다.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선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전시행정이라는 느낌도 든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채용일정에까지 시시콜콜하게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율·책임경영 원칙에도 어긋난다. 앞서 정부가 사실상 강제한 블라인드 채용 방식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신의 직장’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공공 부문에 혁신을 불어넣어 생산성을 높여도 시원찮을 판에 정부가 하는 일이 고작 이런 수준이니 한심하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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