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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수산물 소송전 패소]정부 부실대응 도마...통상전략도 꼬일판

美 FTA 재협상·中 사드 보복이어 안일한 대응이 패소 불러

항소해도 위해성 밝힐 과학적 근거 없어 승소 가능성 희박

한국 교역 40% 달하는 1·2·3교역국과 통상 관계 흔들려

2014년 12월 식품의약안전처는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꾸린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통제되지 않고 흘러 들어가는 상황이 2013년 확인됐다. 먹거리 안전을 지키기 위한 ‘증거’를 찾겠다며 일본까지 찾은 이들은 2015년 5월 조사를 돌연 중단한다. 앞선 2월 현지 조사에서도 핵심 절차인 해저토와 심층수 채취 조사를 포기했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조차가 세계 무역기구(WTO) 위생검역(SPS) 관련 규범을 위반한 조치라며 소송전으로 가져갔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2년이 지나도록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지 못했고, 결국 WTO 소송에서 패해 우리가 친 ‘빗장’을 스스로 풀어야 하는 자가당착적 상황에 빠졌다.

소송 패소로 우리 통상전략마저 꼬였다. 일본은 제3위 교역 상대국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의 중국 등까지 포함하면 우리 교역이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다.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결국 패착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새벽 WTO 제네바 본부로부터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관련 WTO 분쟁해결기구(DSB)의 최종보고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부는 이번 보고서가 WTO 회원국에 회람하는 공식 판결 보고서 이전에 소송 당사국에 사전에 제공되는 보고서인 만큼 결과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관계에서는 우리나라의 패소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건강 보호 측면에서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WTO 절차에 따라 상소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정부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문턱을 세웠다. 우리 정부가 적용한 후쿠시마 포함 8개 현 수산물의 세슘 방사능 검출 기준은 100bq/㎏다. 미국(1,200bq/㎏)이나 중국(500bq/㎏)에 비해 엄격하다. 이와 관련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기타 핵종 검사까지 하는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일본이 우리나라를 가장 먼저 WTO에 제소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하는 데는 소홀했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전문가위원회가 일본 정부가 반대하니까 해저터널 심층수 조사를 포기하고 또 후쿠시마 수산물을 포함한 수산물 샘플 조사도 겨우 7건 했다”며 “후쿠시마는 4건만 했고 이마저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빗장이 풀리는 게 시간문제라고 분석한다. 공식 판결은 WTO 공식 언어인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로 작성된 회원국 회람용 보고서에 담긴다. 빠르면 2주 후에는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DSB가 보고서를 채택하면 법적 효력이 발생하고 이후 60일 이내에 우리 정부가 WTO 상소기구에 항소 여부를 결정한다. 상소기구가 당사국의 항소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기간은 통상 3개월가량이다. 다만 김현종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의 급작스런 사퇴와 기존 위원의 임기 만료로 상소기구의 세 자리가 공석인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이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항소에서도 패소하면 우리 정부는 일본에 보상금을 지불하고, DSB가 결정하는 이행 기간 안에 수입금지 조치를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는 우리 수출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제3위 교역 상대국인 일본과의 통상 관계마저도 악화할 수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우리나라와 일본의 교역 규모는 536억달러(수출 175억달러, 수입 361억달러)다. 사드 보복 조치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FTA 재협상 국면에 들어선 미국에 이은 세 번째 규모다. 이들 세 국가의 교역 규모만 우리 전체 교역의 40%에 달한다. 또 일본은 한중일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주요 참가국인 만큼 특히 중국과의 통상관계를 풀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에 얻어맞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경제 파트너인 일본과의 통상관계도 어려워질 수 있고 위안부 문제 탓에 양국 간 감정의 골도 깊은 상황인데 정부가 방사능 오염 수산물을 들여온다고 하면 사회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합리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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