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인터뷰]‘안나수이 손거울’ 백성철, “레오타드 의상에...관객들 훌리건 수준으로 흥분”

“포기할 수 없는 꿈....좋은 사람들과의 작업”

입시경쟁으로 불안해하는 고등학생 준호는 몸에 짝 달라붙는 여성용 레오타드(발레복)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으며 심적 안정을 찾는 학생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또래 집단과 관객들의 눈은 다소 불편하다. “이딴 걸 개취로 인정하면 대한민국 소돔과 고모라 돼.” 라는 극중 대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두산아트센터와 안산문화재단, 극단 돌파구가 공동 제작한 연극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작 박찬규, 연출 전인철)의 주인공 배우 백성철을 만났다.

배우 백성철/사진=조은정 기자




배우 백성철 /사진=조은정 기자


2015년 제1회 ASAC B성년페스티벌 초연작인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은 입시 경쟁 속에서 본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일상을 조명한다. 개개인의 다른 취향에 공감을 보내기보단 공격적인 자세로 배척하는 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우리 사회와 청소년을 돌아보게 만드는 연극이다.

사실 주인공 준오 역을 맡은 남자 배우가 레오타드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 등장하면 객석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다. 성인 관객들은 점잖게 ‘으악’ 이란 반응을 내보인다면, 중고등학생들의 반응은 보다 즉각적이다. 단체 관람을 올 경우엔 강도가 더 심해진다. 발을 동동 구르고, 누구나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야유를 보내는 식이다. 백성철은 마치 “유럽 축구장의 훌리건 수준의 반응을 보여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초연을 안산에서 했는데, 그때 중학생 친구들이 엄청 많이 보라 왔다. 제가 레오타드를 입고 있는 걸 보여주자, 놀래서 옆에 있는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야유의 방향이 다 저한테 오더라. 처음엔 ‘헤헤. 녀석들. 신기하지.’ 이런 식으로 반응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아이 씨‘ 라고 말하는 강도가 심해지더라. 그 순간 너무 화가 나더라.”

물론 청소년기 학생들이 단체 속에 들어가 있을 때, 군중심리 때문에 더 액션을 크게 하고 반응했다는 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작품 속 ‘준오’ 역시 이런 야유와 비판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준오는 자신의 취향을 숨기려고 했던 것. 연극 속 상황과 실제 관객들의 반응이 오버랩 되자 백 배우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처음엔 학생 관객들의 야유를 극중 친구들이 준오를 혐오스러워 하는 것과 동일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갈수록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대 위에서 느꼈던 분노 와 화가 극중에 희관이한테 물세례를 맞고 분노했던 그런 지점들과 비슷한 거구나. 그렇다면 이 작품이 재미를 떠나서 의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연극은 그렇게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온 사고의 지점을 건드린다. 그렇기에 그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조금 틀리다는 것, 조금 다르다는 것에 대해 언제 어떻게 누군가에게 배우면서 살아왔을까? ”란 화두를 스스로에게 계속 던졌다고 한다. 또한 극중 준오는 이 레오타드 취향을 철저하게 숨기거나 아니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개된 이상 더 이상 입지 않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결국 자신의 모습을 다 오픈한다.

“나에게 야유를 보냈던 아이들이 15년 혹은 16년이란 시간을 살아오면서 언제 이런 사고를 배우게 됐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마지막 대사에서 친구가 희주에게 “준오 전학 가면은 잘 버티라고 전해줘. 그런 것 입지 말고”라고 나온다. 어쩌면 그 친구가 희주를 통해 나에게 메시지를 준 것처럼 무언가 하나 정도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나에게 야유를 했던 학생들도 처음엔 ’오늘 공연 더러웠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한번쯤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봤다.“

연극이 흥미로운 지점은 꽃미남 외모의 배우가 레오타드 의상을 입지 않는다는 점. 그 역시 “제가 예쁘지도 않은데, 그렇다고 되게 혐오스럽지도 않은 경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연출님도 그런 이유에서 날 준오 역으로 캐스팅 하지 않았을까?”란 답을 내놓았다.



연극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한 장면


30대 중반의 배우 백성철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삼수를 해서 대학교에 입학했다. 연극 배우의 길을 걷기 전엔 축구 선수를 꿈꿨다. 그래서 그럴까. 그에게 연기는 운동과 다를 바 없었다. 무엇보다 배우에겐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했다.

“류현진 선수의 야구 경기를 보면서, 이승엽 선수의 은퇴식을 보면서 정말 너무 감동적이다. 진짜 평생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해 오고 있는 분들이지 않나. 내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해서 나태하게 있을 수 없잖아요. 본인이 몸이 안 좋다고 해서 오늘은 몇 회까지 던질게요라고 말 할 수 없지 않나. 어떻게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한구 한구 던지는 거다. 그 모습이 대단하다. 배우들 역시 사람이니까 매일 같은 공연을 매일 똑같은 마음으로 할 수 없다. 그럴 때마다 배우들, 운동 선수들의 멘탈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연기를 처음 본 건 2011년 박민규의 소설을 연극화한 옴니버스 연극 ‘카스테라’이다. 지하철의 푸시맨이 된 고등학생이 등장하는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에피소드에서 등장한 그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무대를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을 준 배우였기 때문이다. 연극계에 백성철이란 이름 석자를 제대로 알린 작품은 2014년 초연된 ‘노란봉투’(작가 이양구, 연출 전인철)이다. ‘노란봉투’는 배우 개인에게도 여러 깨달음을 준 사건이자 작품으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 그에게 여러 연극인들과의 관계가 급작스럽게 많아지자,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그냥 운이 좋아서 ‘노란 봉투’를 하게 되고, 인철이 형을 만나고 작업을 많이 하게 됐다. 처음엔 그런 것들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노란봉투’를 좋게 본 다른 선배 배우나 연출들과의 만남이 갑자기 되게 많아졌다. 처음엔 엄청 부담이 되고, 제가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전엔 작품을 많이 하지 못했었다. ‘노란봉투’ 이후론 한 공연이 끝나가는 시점에 바로 다음 작품 연습이 들어갔다. 바빠지는 날 보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어떻게 해야 할까? 란 생각이 밀려오더라.”

행복과 불행은 한 끗 차이라고 했던가. 생각을 전환하자 부담은 ‘행복함’으로 다가왔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하게 되는 순간을 늘 꿈꿔왔던 그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어느 순간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게 진짜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귀찮아하거나 게으른 게 아닌가란 생각 말이다. 당시엔 진짜 고민이 돼서 ‘절에 갈까’란 생각도 해보고,공연을 많이 하는 친한 형들에게 상담하기도 했었다. 선배들이 ‘넌 분명 할 수 있을거다’라고 해 주셨다. 사람은 진짜 생각하고 적응하는 동물이어서 그런지 그런 말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내가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할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다. 그렇게 지금은 저 스스로 즐기는 것 같다.”

행복한 배우 백성철이 포기할 수 없는 꿈은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이다. 그를 부르는 곳이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는 그다. 그의 차기작은 박성웅 주연의 영화 ‘메소드’ 의 극중극으로 유명한 ‘언체인’(연출 신유청)이다. 12월 15일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개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