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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못 지어주고...모든 게 내 잘못"

이대목동병원 사망 신생아 4명 '오열 속 발인'

유가족 "병원측 연구목적으로

약물 투입 동의 받았다" 주장

경찰 신생아 중환자실 압수수색

19일 서울시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신생아 발인에서 유가족들이 운구차로 옮겨지는 관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권욱기자




19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옛 벽제화장터). 화장로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인사를 하라는 안내원의 말이 나오자마자 관을 어루만지던 아빠는 털썩 주저앉았다. 한동안 상자를 꼭 껴안고 있던 부모는 흐느끼기만 할 뿐 끝내 아무 말도 못 하고 아이를 떠나보냈다. 워낙 작은 체구인 탓에 보통 1시간30분이 소요되는 화장은 30분 만에 종료됐다. 아이의 유골이 유골함으로 옮겨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부부는 휘청거리는 몸을 서로 끌어안으며 겨우 지탱했다. 유골함을 받아들자 그제야 아빠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서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이날 오전6시30분부터 오후1시20분까지 신생아 발인이 진행됐다. 병원 안치실에서 장례식장 앞에 대기하던 운구차로 상자를 옮기는 동안 유가족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일부 유가족은 운구차에 관을 옮긴 뒤에도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한 유가족은 “이름도 제대로 못 지어주고 떠나보내게 됐다”며 “모든 게 다 내 잘못”이라면서 결국 고개를 떨궜다.

신생아 4명은 발인 직후 서울추모공원과 경기도 청아공원, 벽제중앙추모공원에 각각 안장됐다. 지난 16일 밤 사망한 신생아들은 변변한 빈소도 차려지지 못한 채 병원 안치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실 등을 떠돌다 끝내 화장터로 옮겨진 셈이다.

발인 도중 일부 유가족들은 신생아 치료 과정에서 병원 측이 투입한 약물을 비롯해 치료 결과 데이터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유족의 동의를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은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관련성이 의심된다며 병원 측에 확인을 요구했다.



유족 A씨는 “10월28일 새벽1시께 아이가 태어난 직후 간호사 요청으로 10여장의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서류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지 못했다”면서 “혹시 동의서가 임상시험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당시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에서는 관련 서류가 갑자기 없어졌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오후2시께 이대목동병원 11층 신생아 중환자실과 전산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신생아 중환자실의 인큐베이터와 약물투입기, 링거·주사제 투약 호스 등 각종 의료기구와 전산실 의무기록, 처방기록 등을 압수 대상으로 삼았다. 감염원 매개체의 가능성이 있는 물품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보건 당국 조사에서 사망 신생아 4명 중 3명이 그람음성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경찰은 치료 과정에서 감염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큐베이터의 기계적 결함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도 고려해 폭넓게 수사할 방침이다.

/고양=박진용·이두형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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