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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민낯]伊선 야채가게 옆 매장, 韓선 백화점 1층 영업 고집…콧대 높은 명품

스위스 루가노 한 시장. 까르띠에 매장이 야채 등 식료품 가게 옆에 위치해 있다.




스위스 루가노 시내에서 에르메스가 영세상인들이 운영하는 상점들과 나란히 영업하고 있다.


# 최고급 비스포크 슈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최근 이탈리아 볼로냐와 스위스 루가노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에르메스·샤넬 등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명품’ 점포들이 시장에서 야채·식료품·소시지 가게 등과 한데 어울려 영업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수도권이나 부산 등 대도시 백화점에서만 이들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대표는 “명품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브랜드들이 고객 수준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것 같다”며 “한국만 그들을 명품이라고 받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럽·일본에선…

에르메스·까르띠에·구찌 등

길거리 상점들과 나란히 영업

百선 대중 브랜드와 섞여 판매



럭셔리 브랜드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높은 콧대를 과시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스위스 등 유럽 현지나 일본에서조차 대중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스위스 루가노 역시 에르메스·까르띠에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길거리 상점들과 나란히 영업하고 있다”며 “불가리 등 보석 브랜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도 비슷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1층만 고수하는 한국과 달리 럭셔리 브랜드들은 일반 대중 브랜드와 섞여 소비자와 소통하고 있다. 얼마 전 오사카 한신백화점을 다녀온 패션 기업의 김모 과장은 “쇼윈도를 가진 국내 부티크형 매장과 달리 명품 브랜드들의 매장이 사방이 뚫린 채 한국의 스튜디오 톰보이나 럭키슈에뜨와 같은 대중 브랜드 옆에서 과도한 디스플레이 없이 평범하게 장사하고 있었다”며 “아무 생각 없이 봤더니 구찌였다”고 떠올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 2005년에는 롯데백화점 명동점이 명품관을 오픈할 당시 그 앞에서 장사하던 노점상에 대한 강제철거를 두고 노점상인들과 큰 갈등을 빚기도 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입점 시 높은 몸값을 과시하며 매장 리뉴얼 비용을 상대 유통업체 측에 물리는 것은 물론 자매 브랜드까지 동시 입점을 요구하는 무례를 범하는 것도 예사다.

업계 전문가는 “문화 사대주의에 빠진 한국 소비자들이 야기한 현상”이라며 “명품 과시 욕구가 어떤 나라보다 강해 유독 한국에서만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럭셔리 브랜드 다수가 입점됐는지가 백화점의 등급을 결정할 정도로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탓에 이들이 백화점에 입점할 때부터 굴욕적인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일례로 몇 년 전 모 백화점은 샤넬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4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며 샤넬을 모셔왔다. 아울러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들은 오픈 당시 명품 브랜드 입점에 사활을 걸고 명품 모시기에 올인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백화점에 리뉴얼 비용 물리고

자매브랜드 입점 요구도 예사

소비자는 줄서야 입장 가능

예컨대 루이비통 브랜드 입점 하나에 사활을 걸고 오너가 직접 나서기도 하고 루이비통 하나만 입점되면 매출이 당장 급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이 면세점 입점을 요청 받았을 때 자신의 딸이 있는 크리스찬디올을 비롯한 브랜드를 줄줄이 함께 입점시켜주기를 요구했다고 들었다”며 “1~2층 일부를 터서 루이비통이 통으로 쓸 수 있도록 리뉴얼도 강요했다”고 귀띔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유독 한국에서 배타적이며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대략 14조원으로 세계 8위에 달한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데다 명품 시장의 큰손인 중국 소비자를 겨냥해서라도 한국 시장은 전략적 요충지 같은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비자들에 대해서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명목이라는 이유로 출입 시 줄을 세우거나 심리적 벽처럼 느껴지는 신비로운 쇼윈도를 통해 들어올 때부터 ‘아무나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탈리아·스위스 같은 명품의 원산지에서도 에르메스가 인근 가게에서 장사하는 할머니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신비감과 위화감을 조성해 고객을 오히려 골라내는 느낌이 들 정도라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30대 직장 여성 이은주씨는 “명품 매장에 들어갈 때마다 블랙슈트를 입은 ‘어깨 넓은’ 남성들이 지키고 서 있어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아시아에서 가장 큰 매장이 있는 싱가포르 루이비통만 가도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고 그 앞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한국은 직원들조차 콧대 높게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고객을 골라가며 상대한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르메스는 인기가 많은 버킨·켈리백의 경우 아무나 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판매가 잘 되거나 인기가 높은 제품은 일반 고객에게 내놓지 않고 VVIP에게만 공개할 정도로 고객 차별도 서슴지 않는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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