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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간 관계, 보복 두려워 알려지지 않는 가족 내 미투

미투, 가족 성폭력 알리면 사과 아닌 원망만 돌아와

"성폭력 2차 피해 44.5% 가족·주변인에 의해 발생"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YWCA회관 앞에서 한국YWCA연합회원들이 ‘3.8 여성의 날 기념 미투운동 지지와 성폭력 근절을 위한 YWCA 행진’에 앞서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족 내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오히려 굴레로 작용하며 2차 피해가 벌어지고 있다.

미투 운동 확산에 따라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그동안 침묵했던 가족이나 친족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나 오랜 시간 아픔으로 묻어 놓았던 피해 사례를 공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사는 50대 여성 A씨는 10대 시절 친오빠에게 성폭행당한 일을 지난 1월 가족에게 털어놨다. 40여년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지만, 확산하는 미투 운동을 보고 용기를 얻어 곪았던 상처를 헤집어 낸 것이었다.

하지만 A씨에게 돌아온 것은 따뜻한 위로나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는 “옛날에는 많이 당하고 살았는데 그런 얘기를 지금에 와서 왜 꺼내느냐”며 만류했다. 폭로 소식을 들은 친오빠는 성폭행한 사실이 없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후 송사에 휘말리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죽는 날까지 감추려고 하다 용기를 낸 것인데 가정까지 못 지키면 어쩌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털어놨다.

지난 10일 SNS를 통해 미투 운동에 동참한 또 다른 여성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추행을 종종 당해 도망 다니다시피 살았다”면서 “참다못해 문제를 제기했더니 아버지는 ‘그런 일 없다’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밝혔다.



미투 운동이 확산한 지난 1월 30일부터 3월 6일까지 한국여성의전화에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은 10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 상담 중 피·가해자의 주변인과 가족에 의한 2차 피해 비중은 44.5%로 가장 많았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친족 성폭력도 미투하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가족이라는 은밀한 특수성으로 피해자는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기 힘들다”면서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성폭력 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해바라기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중 가족이나 친척인 경우가 2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성 단체 관계자는 “가족이나 친족간 성범죄 피해자들은 관계가 깨질까 봐, 혹은 보복이 두려워 피해를 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친족간 성폭력은 반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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