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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매가 톱5 독차지… '김환기 경쟁자'는 김환기

서정주 詩 적힌 '항아리와 시'

40년 만에 '홍콩세일'에 출품

케이옥션엔 작품 8편 리세일

5년새 추정가 4배 올라 관심





김환기의 1954년작 ‘항아리와 시’. 작가는 백자항아리와 매화꽃 등 그림을 그린 후 오른쪽에 서정주의 시 ‘기도1’을 적어 시서화(詩書畵) 일체를 구현했다. 오는 29일 열리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추정가 30억원으로 이 작품이 출품됐다. /사진제공=서울옥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로 인해 더 유명해진 시(詩)가 몇 있다. 대표적인 것이 친구인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에서 작품명을 인용한 1970년작 전면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이다. 이보다 앞서 1954년에 제작한 ‘항아리와 시’에는 백자 항아리와 흐드러지게 핀 매화꽃을 그린 다음 화면 오른쪽에 서정주의 시 ‘기도1(祈禱 壹)’을 적었다. ‘저는 시방 꼭 텡 븨인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텡 븨인 들녘같기도 하옵니다’로 시작해 ‘시방 제 속은 꼭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어진 항아리와 같습니다’로 맺는 시구절은 단정하고 또박한 글씨체로 그림과 조화를 이룬다. 작품을 제작한 직후의 텅 빈 듯한 심리와 마르지 않는 창작과 생산의 의지를 갈구하는 부분에서 시인과 화가가 닮았다. 환기미술관 아카이브를 통해 전하는 김환기의 옛 작업실 흑백사진에서 시가 아직 적히기 전 이 그림의 중간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작품이다. 화면 한쪽을 의도적으로 비워둔 것을 통해 시를 염두에 뒀음을 유추할 수 있다. 시와 글씨와 그림의 조화로 예술가의 완결성을 추구한 조선의 시서화(詩書畵) 전통도 엿보인다. 지난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마지막으로 40년 이상 공개된 적 없던 김환기의 ‘항아리와 시’가 오는 29일 홍콩에서 열리는 서울옥션(063170) 제24회 홍콩세일에 출품된다. 추정가는 30억원 이상으로 매겨졌다. 그림의 구성과 색감 등이 탁월한 데다 시가 적힌 희소성까지 더해진 작품이라 결과가 주목된다.

김환기가 생전에 촬영해 둔 작업실 흑백사진(왼쪽)을 보면 그림을 그리며 시를 적기 위해 일부러 여백을 둔 ‘항아리와 시’의 제작 중간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출처=서울옥션 경매도록


지난해 4월 63억5,000만원에 그림이 팔려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쓴 김환기가 올 봄 경매를 ‘환기 대전’으로 달군다. 최근 이중섭의 ‘소’가 47억원에 낙찰돼 작가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미술시장이 활력을 더하는 가운데 최고가 1~5위를 독차지한 김환기가 자신의 작품들이 서로 경쟁하며 거듭 가격상승을 이끄는 형국이다. 서울옥션 홍콩경매에는 총 5점, 오는 21일 열리는 케이옥션 봄경매에는 총 8점의 김환기 작품이 출품된다. 특히 컬렉터와 미술투자자들은 경매에 다시 나온 리세일(Resale·재판매) 작품들을 통해 그간의 가격 상승에 주목해야 한다.

김환기의 ‘25-Ⅴ-70#173’은 지난 2014년 경매에서 수수료 포함해 약 1억5,000만원에 낙찰된 후 오는 29일 열리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추정가 약 27억~35억원으로 몸값을 올려 재출품된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서울옥션이 내놓은 김환기의 전면점화 ‘25-Ⅴ-70#173’은 녹색과 청색, 붉은색이 교차하며 율동감을 이루는 수작이다. 지난 2014년 11월 홍콩경매에 나와 635만 홍콩달러에 낙찰된 것이 2,000만~2,600만 홍콩달러(약 27~35억원)에 다시 경매에 오른다. 4년 전 당시 환율로 수수료 포함해 약10억 5,000만원에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3~4배 가량 몸값이 올랐다.

김환기의 ‘남동풍 24-Ⅷ-65’은 지난 2013년 5억5,000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5년 만에 추정가는 9억~2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사진제공=케이옥션




케이옥션이 선보인 1965년작 ‘남동풍 24-Ⅷ-65’는 지난 2013년 12월 경매에 출품돼 5억5,000만원에 낙찰된 것이 5년 만에 추정가 9억~20억원에 다시 나왔다. 당시 ‘전재국 컬렉션경매’로 선보여 대통령 가의 소장품이라는 것도 이목을 끌었다. 푸른색과 은은한 붉은 색조가 따뜻한 훈기를 전하는 작품인데 색을 얇게 발라 밑에 깔린 색이 비쳐 보이는 점, 색면으로 나뉜 화면 구도 등이 특징이다.

김환기의 1967년작 ‘달’은 3억500만원에 낙찰됐던 작품이 4년만에 추정가 1억원을 높인 4억~6억원에 다시 경매에 나왔다. /사진제공=케이옥션


케이옥션에 나온 김환기의 1967년작 ‘달(Moon)’은 2014년 6월 경매에 ‘무제’로 나와 3억500만원에 낙찰된 것이 새 주인을 찾는다. 추정가 3억~4억5,000만원이던 작품이 4년 새 4억~6억원으로 가치를 높였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20년간 국내 미술경매 전체에서 김환기 작품은 총 526점, 약 1,492억원 어치가 낙찰됐다. 단연 1위로 경매시장 누적 총액의 11%에 이르는 높은 비중이다. 김환기의 이름 뒤에 ‘미술시장의 삼성전자’라는 별명이 따라 붙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조정기를 거친 미술시장이 ‘묻지마 투자’의 거품을 걷어내고 미술사적 가치의 재검토로 눈길을 돌린 후 김환기의 작품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며 ‘가치주’로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들어 김환기 작품의 거래량과 가격이 모두 늘어 지난 5년간 낙찰총액만 934억원이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표] 경매 재출품된 김환기 작품 (출처:서울옥션,케이옥션)

작품명 과거 경매 기록 리세일 추정가 및 재 낙찰가 변동사항
25-Ⅴ-70#173 2014년11월
약 8억6,500만(635만HKD)
2018년3월 추정가 27억~35억원
(2,000만~2,600만 HKD)
4년새 18억~26억원 증가
남동풍 24-Ⅷ-65 2013년12월
5억5,000만원
2018년3월 추정가 9억~20억원 5년새 3억~14억원 증가
Moon (달) 2014년6월
3억500만원
2018년3월 추정가 4억~6억원 4년새 1억~3억원 증가
15-Ⅶ-70#181 2007년11월
2억원
2016년9월 6억3,000만원 낙찰 9년새 4억3,000만원 증가
4-Ⅵ-74#334 2013년6월
6억2,000만원
2017년5월 약 21억원(1,450만HKD)낙찰 4년새 15억원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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