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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간기업 정보공개, 후유증 걱정은 안하나

국내 기업들의 원가정보나 생산현황을 공개하라는 외부 압력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법원은 그제 이동통신의 원가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도 작업환경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여 있다. 여기에 화학물질의 세부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는 방안까지 추진되고 있다.

이런 소동을 촉발한 것은 공공의 이익을 중시한 법원의 판결이다. 법원은 사업정보든 작업환경이든 영업비밀로 볼 만한 가치가 적다는 전제하에 공익실현 차원에서 정보제공 범위와 대상을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중시한 판결이다. 하지만 기업정보의 성격상 일상적인 영업정보와 공개해서는 안 되는 핵심기술을 무 자르듯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혼선과 후유증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술 더 떠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는커녕 법원의 판결을 확대 적용하면서 산업계 규제의 또 다른 수단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자칫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마케팅 노하우가 유출된다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 큰 문제는 정보공개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이 정부 들어 가격을 통제하겠다며 ‘원가 공개’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나 프랜차이즈 가격정보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공기업도 아닌 민간기업 고유의 가격 책정이나 마케팅 전략에 대해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것은 시장의 자율경쟁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다. 자칫 기업의 혁신 노력이 꺾이고 신기술 개발 의지마저 사라질까 걱정스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업경쟁력 측면을 중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정부 내에서 들려온다는 사실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생산시설 배치 등 핵심기술 공개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법원에 핑계를 대기보다 국가 경쟁력과 신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며 영업기밀이라면 앞장서 보호막을 쳐주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사례라도 보고 배울 일이다. 섣부른 정보 공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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