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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찬성

유대근 우석대 유통통상학부 교수

경제양극화 해소 기여할 민생 법안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막기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여야가 적용 대상 품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4월 국회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73개 업종 중 47개 업종의 지정 기한이 오는 6월 말 만료된다. 소상공인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은 지정만료 후 대기업의 재진출과 업종 재지정 지연 등 피해를 우려해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적합업종 법제화 찬성 측은 현재 권고수준에 그치는 지정을 품목 및 업종규제로 실효성 있게 개선해 소상공인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지난 6년간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소상공인의 생존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법제화할 경우 글로벌 경쟁력만 떨어뜨린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로 드러난 것 중 하나가 지나친 경제 양극화다. 경제적 강자인 대기업과 약자인 중소기업의 갈등도 그중 하나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국가적인 정책 의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와 양보, 그리고 중소기업의 대기업에 대한 인정과 존경이 사회적으로 선행돼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기업행태를 지켜보면 자율적으로 이 같은 모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이기심과 착취, 비난과 적대화가 쌍방의 가슴속에 두텁게 깔려 있다.

얼마 전부터 상생이라는 그럴싸한 논리가 등장했으나 요즘 기업들의 움직임을 고려해보면 상생이 추구하는 동반성장은 덧없는 꿈이 돼버린 듯하다. 더군다나 대기업의 불균형 성장, 경제적 부(富)의 세습화, 약탈적 경제행위가 만연된 풍토 속에서 기업의 도덕적 윤리마저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병폐가 심각해지자 해결방안으로 거론됐던 것이 형평성 있는 조세, 따뜻한 자본주의, 적절한 규제와 혜택, 노조 활성화, 사회적 경제, 이익분배와 공유 등이다. 이를 위한 물리적 투쟁과 시위, 그리고 이상적인 선언과 발표 등이 있었으나 문제를 쉽게 해소하지 못했다. 결국 법률적 제도장치가 가장 확실하고 유효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논의의 초점이 되는 생계형 적합업종과 관련된 유통 및 서비스업에 국한해 살펴보면 대기업의 무분별한 업태 확장정책으로 소상공인들의 시장 침탈과 대기업에의 종속화 내지 집중화가 심화했다. 이미 법적 공방을 통해 유통 대기업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이뤄져 오늘날 대규모 유통점의 출점 규제, 영업시간 규제가 어느 정도 정착됐다. 하지만 동반성장위에서 지정하는 품목이나 업종 규제는 그리 세련화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상생이나 공존을 위한 대기업의 진심 어린 노력이 있었다면 이러한 규제는 논할 필요도 없었다. 어찌 보면 대기업이 자초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대기업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 즉 시장실패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업태변형·특화매장·예외조항 활용 등 대기업의 꼼수는 혀를 찰 정도였다. 이른바 재벌 그룹당 수십개에 이르는 방대한 계열 및 가족기업 중에는 생계형 업종이 너무 많다.

동태적인 유통업태의 결합과 융합 등으로 입점 규제와 영업시간 규제마저 무력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실효성 있는 품목 및 업종 규제가 절실한 시점이 됐다고 본다. 다름 아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삶, 즉 생계를 위해서 말이다.

생계형 업종은 대체로 지역에서 생산되고 유통·소비되는 경우가 많기에 지역 경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도 생계형 업종에 속한 소상공인들의 보호와 육성은 지역공동체의 회복과 동반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다. 이는 분권화와 균형성장에도 정책적인 타당성을 가진다.

물론 지정 반대자들이 주장하는 헌법적 근거, 소비자 권익, 산업경제력 하락 등은 얼핏 이해할 만하지만 공공의 경제적 복리나 동반성장을 생각한다면 좀 구차한 주장에 불과하다. 부풀린 통상마찰은 허구이며 소비자의 선택권도 오히려 규제가 장기적으로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국민 여론도 법제화 찬성이 우세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데에는 일정한 전제와 조건이 필요한데 이는 매우 복잡하고 난해할 수 있다. 그렇다 해서 이대로 방치하거나 논쟁만 계속할 수는 없다. 빨리 제도화해 운용하면서 보완해나가면 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담그지 못하는 꼴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민생법안 사항이며 여야 사이에 큰 이견도 없다. 관련 법제화가 첨예한 정쟁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권고수준에 그치고 있는 동반성장위의 적합업종 지정만료가 이뤄져 대기업들의 또 다른 무차별적인 중소기업 및 골목상권 침탈이 현실화되기 전에, 이미 국회에서 발의된 3개의 적합업종 법제화 관련 법안을 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즉 시기를 놓쳐 뒷북치기라는 비난을 받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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