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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 혁신적 원천기술과 성공 창업

이레나 이화여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

기술만으론 '죽음의 계곡' 못넘어

사업 全단계 지원 클러스터 구축

자생형 산업 생태계 형성 도울 때





인공지능(AI)과 로봇기술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 감소 문제가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창업 활성화가 첫손에 꼽힌다. 특히 갈수록 심화하는 청년 실업 해결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생태계 조성방안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실 창업과 교수창업을 적극 독려하는 정책들을 제안했지만 실제 원천기술력을 보유하는 교수가 창업해서 사업을 성공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이 성공적인 판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기초연구 단계에서의 원천기술 또는 혁신적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과학자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한 시제품 제작이 완료되면 사업화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시제품 개발은 사업화를 위한 시작일 뿐이다. 성공적인 사업화를 위해서는 기술력은 기본이고 거쳐야 할 단계가 휠씬 많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인증, 제품 판매를 위한 대량체제 구축, 생산을 위한 공장 설립, 다량의 판매용 제품 제작을 위한 품질관리 체제 구축, 판매를 위한 상품 기획, 가격 및 영업정책 구축, 홍보·영업·판매시스템 구축, 자금계획 등 모두 시간과 자금이 요구되는 단계들이다.

시장에서 판매되는 한 개의 제품에는 많은 기술이 융합돼 있다. 우리가 즐겨 사용하는 핸드폰도 반도체 기술인 물리학을 비롯해 배터리 및 표면처리 기술인 재료공학, 프로그램 기술인 컴퓨터공학, 제품 설계 등을 위한 기계공학·산업디자인·전자공학 등 다양한 학문의 기술들이 융합돼 있지만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이 많은 과학 분야의 혁신적 기술이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애플이 지난 2007년 출시한 아이폰은 홈 버튼만 남긴 심플한 디자인과 터치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인터페이스 등으로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지만 손가락으로 사진을 확대·축소하는 핀치투 줌 기술 등은 이미 1960~1970년대에 개발된 것들이다. 아이폰이 혁신적 원천기술의 산물이 아니었듯 기술력이 반드시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과학 분야의 혁신적 연구는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만 원천기술이 적용된 혁신적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창업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이라는 오랜 기간과 막대한 자금, 그리고 사업능력이 요구된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래서 창업하면 항상 같이 따라다니는 단어가 바로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다. 여름에는 기온이 화씨 120도까지 치솟고 뜨겁고 건조해서 생명체를 찾아볼 수 없는 미국 네바다주의 황량한 땅을 일컬어 죽음의 계곡이라 부르는데 산업계에서는 과학기술의 사업화 단계에서 요구되는 어려움을 비유하는 용어로 흔히 쓰인다.

창업이 활성화되면 단기적으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 될 수 있겠지만 국가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연구개발(R&D)을 위한 지원보다는 사업의 핵심단계에서 무수히 마주치는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클러스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정부에서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 지원을 통해 5년간 2,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창업이 일자리 창출과 국가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충북 오송의 첨단의료복합단지와 같이 성공경험을 가진 사업가와 대형 민간자본, 혁신보육 인프라, 고도화된 글로벌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된 자생형 혁신산업 생태계에 대한 활발한 지원이 필요하다. 기술창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창업가들이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도록 튼튼한 다리를 놓아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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