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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교란선 넘은 최저임금...결과는 상처뿐인 '乙의 전쟁'

■ 최저임금협상이 남긴 4가지 문제

중위임금의 62%, 佛·美·獨보다 높아...임금체계 대혼란

소상공인 불복운동 초읽기·사상 초유 노사대립 불가피

"경기침체에 고용까지 악화...1만원까지 올릴 여력 없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된 뒤 류장수(왼쪽) 위원장과 이성경 근로자위원이 어색하게 악수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시간당 8,350원으로 내년 최저임금을 의결한 14일 새벽6시께 위원회 소속 김성호 공익위원이 무겁게 입을 뗐다. “노사 위원들이 최초제시안을 내고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부결시키자마자 (사용자위원이 모두 불참하며) 협상이 계속 공백기였다. 논의가 송두리째 생략된 채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은 제도 도입 31년 만에 처음이다.”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7,530원)보다 10.9% 올라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이 임시·일용직 등 풀뿌리 경제활동 인구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사 관계도 사상 초유의 파국을 맞았다.

①기울어진 운동장과 극단 치닫는 노사=소상공인연합회는 올해 최저임금위가 최저임금 10.9% 인상을 의결하자마자 ‘최저임금 불복종과 모라토리엄(지불불이행)’을 선언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와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은 “어려운 경제 여건과 고용부진이 지속되는 현실에도 위원회가 고율 인상을 결정했다”며 “영세상인과 중소기업을 존폐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는 최저임금 고율 인상을 보완하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했다. 이는 거꾸로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법 폐기를 위한 거리 투쟁에 나섰다. 이처럼 소득주도 성장의 명분 아래 최저임금이 올해 16.4%에 이어 내년에도 10.9% 오른 사이 소상공인과 노동계 대립만 격렬해졌다. 최저임금이 을(乙)들의 싸움만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②일용직·영세사업자에 집중된 충격=최저임금위가 내놓은 임금 실태조사를 보면 최저임금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근로자는 취약계층에 집중된 임시·일용직이다. 지난해 전체 임금근로자는 1,988만3,000명이다. 최저시급이 8,350원이면 임금 인상 등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는 500만5,000명으로 전체의 25%에 이른다. 임시직은 총 504만명 중 54.3%인 274만명이 영향권에 든다. 일용직 역시 총 144만3,000여명 중 52.3%인 75만5,000명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사업주들이 고용을 줄이면 임시·일용직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구조다. 최저임금에 따른 고통은 편의점 등 4인 이하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점주 A씨는 “올해 기준으로 순이익이 월 240만원 정도였는데 이번에 결정된 최저시급이면 주휴수당·퇴직금 지출까지 포함해 180만원 정도가 남을 것”이라면서 “알바생(200만원)보다도 못한 월급을 가져가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③중위소득 62.3%…佛은 61%서 인상 멈춰=최저임금은 어느덧 전체 임금 근로자 중위임금 값의 60%를 넘겼다. 시간당 8,350원은 올해 근로자 중위임금 추정치(1만3,387원) 대비 62.3%다. 올해 최저임금 7,530원은 중위 값의 56.2% 수준이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에 이르면 임금체계 교란과 고용 충격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내년 최저임금의 중위임금 대비 비율은 이미 프랑스(61%)는 물론 미국(35%)·영국(49%)·독일(47%)·일본(40%) 등 주요국을 모두 뛰어넘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다. 프랑스는 지난 2005년 최저임금이 중위임금 값 60%를 넘어서자 추가 인상을 멈추기도 했다.

④경기·고용 악화에 추가 인상 여력 있나=정부는 2020년, 늦어도 2021년까지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초부터 고용·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악화하며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월평균 53만3,000명이었던 취업자 수는 지난해 31만7,000명에 이어 올해는 상반기 기준 월평균 14만2,000명대까지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2년간 매년 두자릿수 인상된 최저임금이 더 오르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에 인건비 상승, 내수 부진 등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생산성을 초과하는 인건비 상승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종혁기자 임지훈·허세민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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