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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판도라 상자 열었더니 5자회동 파국으로…전남권 의대 '공모' 고집한 책임론 불거진다

전남도, 3년 전 진행한 의대 신설 용역 공개

명분 위해 필요…특정지역 유리한 지표 의혹

순천 등 용역 검증…"3분의 2 서부권 쏠렸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 14일 보성 다비치콘도에서 열린 ‘전라남도 국립의대 유치 범도민추진위원회 국립의대 설립 포럼’에서 “전라남도 국립의대 설립은 30년 만에 힘겹게 얻어낸 소중한 기회로, 전남도는 정부 요청에 따라 ‘공모 방식에 의한 대학 추천 절차’를 공정하게 추진하겠다”며 “어느 한 대학이 선정되더라도, 미선정 지역에 대한 도민 건강권과 지역발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전라남도




#누가 보더라도 기울어 졌다 말도 안 되는 결론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을 놓고 ‘전남도 행정 불신’에 따른 순천 등 동부권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 국립의대’에서 ‘단일 국립의대’로 급선회한 오락가락 행정에 굵직한 현안에 대해 사실상 순천을 배제한 전남도의 모습은 뒤로 하더라도 지난 2021년 전남권 의대 신설을 위해 진행한 용역 문서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되고 있는 분위기다.

동(순천)·서(목포) 경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공모 방식 논리가 맞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2021년 도비 2억 7000만 원을 투입한 ‘전남도 국립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설립·운영(공공의료 확충) 방안 연구 용역’ 공개는 필수였는데, 결국 이 용역 문서는 특정지역을 염두해 둔 ‘결과지’라는 신빙성 있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용역보고서는 △서론 △문헌 검토 △전남 공공의료서비스 현황과 환경 분석 △방안 △결론 등 총 5장, 547쪽으로 구성됐다. 막대한 양인 만큼 순천대와 순천시는 용역에 대한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황인데, 58개 지표 중 40개 이상의 지표가 동부권이 아닌 서부권에 쏠려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용역 결과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부분은 상당히 많다. 우선 공식적으로 전남도에서도 언급했던 전남권 의대 부속병원 설립을 위한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인 경제성을 판단하는 비용 효과, 즉 BC 분석 결과 서부권 1.44 동부권 1.35으로 나왔다. 이 부분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더 살펴봐야(용역 결과) 하겠지만 상식적으로 인구도, 산업도 월등히 높은 동부권이 경제성이 낮게 나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결론이 도출됐다”며 “이 부분에 대해 용역 결과를 들여다보니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특정지역(서부권)에 유리하게 짜여져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도민 요구도 조사 결과도 설립 필요성 항목에서 목포권 83%, 순천권 82%로 목포권 의대병원 설립에 대한 도민 요구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부분도,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의료정책 전문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제22대 국회 입성을 앞둔 서울대 김윤 교수가 지난 10일 전남 순천문화건강센터에서 전남지역 필수 의료 해결 방안을 주제로 특강을 실시한 가운데 이 자리에서 노관규 순천시장은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과 관련, 전남도 공모 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하며 순천대 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


강영구(왼쪽) 전남도 자치행정국장이 13일 전남도청 기자실에서 2021년도 전남도 추진 의대설립 용역 결과 공개 및 관련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라남도


#용역 공개 머뭇한 이유 이제야 알겠다

“당시 용역은 정부가 의대 증원을 400명으로 잡고 ‘의대 없는 지역 신설 추진’을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특정 지역, 특정 대학이 아닌 전남에 의대가 필요하다는 명분이어서 지금과는 상황과 여건, 방향과 목표가 달라 그때 자료를 현재 활용할 순 없다.” 강영구 전남도 자치행정국장이 지난 13일 ‘전남도 국립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설립·운영(공공의료 확충) 방안 연구 용역’을 공개하며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이 발언의 핵심은 특정 지역·대학을 위한 용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용역 결과는 앞서 언급했듯 특정 지역·대학을 대놓고 암시하고 있어 후폭풍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남도는 용역 결과에 대한 공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책임을 회피하려 한 부분도 또 다른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는 용역 결과의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순천대와 목포대에 용역 결과를 열람한 뒤 직접 공개 여부 결정을 요구했다. 순천대의 거절로 이 부분은 무산됐지만, 전남도에서는 이번 용역 결과에 대해 무엇인가 알고 있는 듯한 ‘꼼수’로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서울경제<4월 29일자 “바보들 사는 곳 아니다” 전남권 의대 공모 짜고 치는 고스톱? 2.7억 문서에 담긴 진실은>에서도 지적했듯 특정지역(공모 결과)에 유리하게 쏠려 있다면 지금까지 전남도가 ‘공모’를 외친 것이 공정성은 상실한 것은 물론, 김영록 지사를 비롯한 전남도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노관규 순천시장도 즉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남도를 향해 날을 세우며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은 정치적 거래대상이 아님을 분명하게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결국 전남도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며 “58개 정도(전남도가 지난 2021년 수행했던 전남도 의대 설립 연구 용역 결과)의 지표를 분석하고 있는데 43개 부분에서 서부권이 유리하다는 내용을 보고 받았다”며 “전문가의 자문 등 시간을 충분하게 두고 검토하겠지만, 아주 대략적인 분석에도 전남도가 왜 이 용역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는지, 왜 공개하면서 담당국장(강영구 전남도 자치행정국장)의 주의 말씀이 장황하게 많았는지 느낌이 진하게 온다”고 직격했다.

지난 2일 전남동부청사 앞에서 15개 순천시민단체 회원들이 전남도의 단일의대 공모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 사회시민단체 공동연합


노관규 순천시장 등 시민들이 최근 지역갈등과 대혼란을 초래하는 전남도 단일의대 공모를 철회하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순천시


#5자 회동 커녕 전남도 향한 대규모 집회 움직임

자연스럽게 오는 17일 전남도가 다시 추진한 5자 회동(김영록 전남지사·노관규 순천시장·이병운 순천대총장·박홍률 목포시장·송하철 목포대총장)도 파국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2일 계획했던 5자 회동도 전남도 행정불신에 따른 순천대와 순천시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제는 5자 회동은 커녕 특정 지역·대학을 염두한 일방적인 용역 결과(순천 등 동부권 일대 주장)로 보여 지는 문서가 공개된 만큼 순천 등 동부권 일대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순천대와 순천시에서도 조만간 용역 문서에 대해 검증이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까지 나온 결과만 보더라도 전남도의 기자회견(지난 13일 용역 결과 공개 등)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하나의 쇼’라는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된다. 실제 순천 등 동부권 일대 시민들이 전남도청을 향해 항의 방문과 대규모 반발을 예고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전남도가 3년 전 실시한 의대 설립 용역 결과를 공개했지만 오히려 ‘전남도 행정 불신’이 더욱 커져 버린 지금. 여전히 공모를 강력하게 밀고 있는 있는 전남도의 드러나지 않은 복잡한 속내가 무엇인지 여러 흉흉한 뒷말도 확산되고 있다. 이제라도 전남도 주도가 아닌 법적 권한을 가진 정부 주도의 전남권 의대 신설에 힘을 싣는 행정력과 정치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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