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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히 우려스러운 여권 지도부의 대기업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3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주최 포럼에서 “오늘날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협력업체들을 쥐어짠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순이익 60조원 가운데 20조원을 풀면 200만명에게 1,000만원씩을 더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의 성공은 협력업체 쥐어짜기가 아니라 꾸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이긴 결과다.

집권당 대표가 이렇게 명백한 사실과는 다른 왜곡된 기업관(觀)을 갖고 있었다니 놀랍다. 발언이 논란을 빚자 다음날 내놓은 해명도 비뚤어진 시각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홍 원내대표는 ‘20조원’에 대해 삼성이 2015~2017년 3년 동안 자사주를 매입·소각한 규모를 의미한다며 “기존 주주의 이익에 봉사할 뿐 국민경제에 기여한 효과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 이유를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이런 식의 언급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나라처럼 차등의결권 등을 허용한다면 왜 이렇게 막대한 비용을 자사주에 쏟아붓겠는가. 현재 국내 기업들이 동원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은 자사주 취득이 유일하다. 자사주를 매입하게 되면 투자 감소, 배당 축소 등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을 아는데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기업 경영권 보호수단을 다 봉쇄하고 비핵심기업 주식을 팔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서는 자사주 매입을 비난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홍 원내대표와 같은 인식이 여권 지도부에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을 양극화 등 경제문제의 주범으로 몰아붙이며 반기업 정서와 갈등을 부추기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편승해 기득권을 확대하려는 세력의 목소리는 커지는 반면 4차 산업혁명 대비 등에 꼭 필요한 규제 완화는 지지부진하다. 그 사이 기업들의 의욕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식이면 일자리 정부나 혁신성장도 구호에 그칠 게 뻔하다.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면 여권의 잘못된 대기업관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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