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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부동산 정치' 티핑 포인트 만드나

강남 집값 석달반만의 상승세는

매수 옥좨온 정책 부작용 아닐지

개발 기대 높인 서울시장 발언도

자칫 기름붓는 꼴 날까 조마조마

박태준 건설부동산부장





지난 1994년 개봉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 지능은 낮지만 한없이 순순한 한 남자의 ‘초콜릿 상자’ 같은 인생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았다. 3억3,000만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린 영화의 성공과 함께 대박을 친 상품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가 신었던 신발 ‘허시 퍼피’다. 1958년 등장해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허시 퍼피는 영화가 개봉된 1994년 판매량이 3만켤레에 불과해 파산 직전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43만켤레가 팔려나갔고 1997년에는 무려 170만켤레가 판매됐다.

허시 퍼피의 판매량 급증은 영화 덕분이었지만 한물 갔던 브랜드가 검프의 신발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영화가 제작될 무렵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의 히피 청소년들이 신고 다니면서 입소문을 타자 유명 디자이너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목받지 못했던 상품의 판매량이 갑자기 치솟거나 특정한 사회적 경향이나 행동이 들불처럼 확산하는 마법과 같은 순간을 의미하는 ‘티핑 포인트’에 대해 미국 저널리스트 맬컴 글래드웰은 허시 퍼피를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티핑 포인트는 마케팅의 관점 말고도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급격한 변화를 설명할 때 유용하게 쓰인다. 기후학자들은 기후 변화에서도 티핑 포인트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한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지구의 온도가 천천히 상승(130년간 0.85도)했는데 티핑 포인트를 맞는 순간 급격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북반구 전역을 덮친 폭염이 그 임계점을 지났기 때문은 아닐까 무섭기까지 하다. 또 2016년 다보스포럼(WEF)은 오는 2030년까지 현실화될 과학기술 티핑 포인트 스물한 가지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는 2023년 스마트폰이 신체 이식형으로 바뀌어 보급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에도 티핑 포인트가 있을까. 어쩌면 지난해 장미 대선이 끝난 직후가 시장이 타오르기 시작한 그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전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으로 상승세를 타던 집값이 대선 이후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자 걷잡을 수 없이 들끓었던 것이다. 일주일 새 서울 강남 아파트는 억 소리 나게 올랐고 대학생과 시골 어르신들까지 뛰어들었던 ‘갭 투자’ 열풍이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요동치던 주택 시장은 3월부터 진정됐다.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 시뮬레이션의 결과로 강남 재건축 시장을 놀라게 하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까지 강화한 후였다. 4월 시작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역시 영향을 줬다. 기세등등했던 강남 집값의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거래도 뚝 끊겨 ‘거래 절벽’으로 불렸다.

그런데 요즘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집값이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자평(6월25일 취임 1주년 간담회)한 지 꼭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서울 강남4구의 집값이 지난주 석 달 반 만에 오름세로 돌아서더니 이번주에는 상승 폭이 더 커졌다. 가장 비쌌던 가격보다 조금 낮춰 매물로 나왔던 강남 아파트들은 이미 다 팔렸거나 집주인들이 다시 거둬갔다. 그들도 이미 어떤 징후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 달라진 흐름이 다시 찾아온 부동산 시장의 티핑 포인트일까. 아직은 그렇다고 속단할 수 없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반전의 기미가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쩌면 다수의 전문가가 지적해온 ‘부동산 정치’의 부작용일지 모른다. 철저히 매수세를 옥죄는 식의 부동산 정책만으로는 시중의 돈과 집값 상승의 기대 심리를 막아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 서슬 퍼런 부동산 정치의 선봉에는 물론 김 장관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 꿈틀거렸던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것은 대권을 꿈꾸며 부동산 정치를 시작한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그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에 주택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허시 퍼피를 신은 검프와 달리 두 명의 주인공은 내심 불안할 것이다. 자신들의 정책과 발언이 부동산 시장의 티핑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ju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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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자 건설부동산부 ju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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