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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 놓고 또 충돌...골 깊어지는 대서양 동맹

美, 예고대로 달러화 거래 등 금지

EU 역내기업 보호 대항입법 발동

11월 원유 금수도 동참 안할땐

美 제재 무력해질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의 만류에도 7일 0시1분(미 동부 현지시각)부터 이란에 대한 1단계 제재를 발동하면서 ‘대서양동맹’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EU는 이란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로 손해를 볼 경우 이를 보상하는 ‘대항입법(blocking law)’을 이날부터 발동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대항입법은 예고편에 불과할 뿐 제재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이란산 원유 거래 금지가 오는 11월 시작되면 유럽 국가들이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과 함께 제재 회피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와 이란을 둘러싼 미국과 EU 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U와 영국·프랑스·독일 등 이란 핵 합의 당사국은 지난 6일 미 백악관에서 대이란 제재가 계획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밝힌 지 몇 시간 뒤 미국의 제재발동과 같은 시각에 대항입법을 발효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날부터 △이란 정부의 달러화 구매 △이란 리알화 관련 거래 △이란과의 철·석탄·자동차·항공기부품 거래 등을 금지했으며 해외 기업·개인이 이를 어길 경우 벌금 부과와 미국 시장 활동 금지 처분 등을 내릴 계획이다.

EU가 발표한 대항입법은 EU 집행위원회의 승인이 없는 한 역내 기업·개인이 미국의 제재를 준수하지 않도록 금지하고 미 법원이 벌금을 부과해도 EU는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또 미국 제재로 EU 기업·개인이 피해를 당하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EU는 판결 결과에 따라 ‘손해를 입힌 상대’의 자산 처분을 명령할 수 있다고 명시해 ‘미국에 직접 손해를 끼치더라도 역내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EU의 대항입법은 1996년 미국의 쿠바 제재에 대항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실제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들은 이것이 틀어질 대로 틀어진 미국과 EU의 관계를 드러내는 사례이자 이란 핵 합의를 어떻게든 보존하려는 EU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대항입법을 EU의 핵심 반격으로 볼 수 없으며 11월에 미국의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와 함께 나올 EU의 대응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EU가 손해보상을 약속한다고 해도 유럽 기업들이 거대 소비시장인 미국을 버리고 이란과 거래를 지속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 탈퇴를 발표하자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을 비롯해 에어버스·알스톰·지멘스 등은 일찌감치 이란과의 거래중단 의사를 밝혔다.

외신들에 따르면 EU는 미국의 2단계 제재인 이란산 원유 공급 중단 조치에도 반기를 들 준비를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각국 정부들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할 각종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독일·영국 정부는 자국 중앙은행이 이란산 원유대금 결제창구인 이란 중앙은행 계좌를 트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이 미국 시장 접근권 상실을 우려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는 상황에서 아예 정부가 석유 공급망에 참여하는 방법이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석유대금을 수입국 계좌에 넣은 뒤 이란이 그 나라에서 재화를 수입할 때 비용을 차감하는 ‘물물교환 체계’를 계획하고 있으며 다수의 EU 회원국이 이 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NYT는 아예 EU가 역내기업에 ‘이란산 석유 수입을 계속할 것’을 명령하는 도발적 조치를 꺼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EU까지 이란산 석유 수입 차단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제재가 무력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의 석유 수출량은 약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수입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데다 유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돼 이란의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 고위공무원은 “가능한 한 많은 국가가 이란 석유 수입을 완전히 차단하도록 하는 게 우리 정책”이라며 제재 약화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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