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보이스피싱 발음좋다 했더니…국내 청년들 조직가담 확인

20~30대, '고수익 알바 모집' 광고 보고 중국행

가로챈 금액 13억원 중 10% 챙겨

중국에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해 13억원 상당을 가로챈 국내 20~30대 청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고수익 알바 모집’ 온라인 광고 등을 보고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화성서부경찰서는 A(32)씨 등 9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특정한 직업이 없는 20~30대 청년들로, 일용 생산직 등으로 일하다 ‘고수익 알바 모집’이라는 온라인 광고 등을 보고 연락해 3개월 관광비자를 받고 중국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부터 중국 북경 인근에 차려진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지내며 일주일가량 합숙 교육을 통해 전화 멘트 등 사기 수법을 익혔다. 이후 올해 3월까지 근무하며 금융기관을 사칭, B(25·여)씨 등 83명으로부터 13억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가로챈 금액의 10%가 이들의 몫으로 주어졌다. 이들은 비자가 만료될 때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범행을 계속했다.

A씨 등은 진짜 금융기관에 전화를 걸어도 가짜 콜센터로 자동 연결되게끔 조작한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해 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에게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게 해 줄 테니 먼저 갖고 있는 대출을 모두 상환하라”라고 속인 뒤 피해자들이 각 금융기관에 전화를 걸면 이를 가짜 콜센터로 가로채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안내하고 돈을 빼돌렸다.



피해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들이 범행에 사용한 IP를 특정, 조직원들의 출입국기록을 확인해 입국 시점에 맞춰 이들을 공항에서 체포했다. 경찰은 아직 일당 10명이 중국 현지에 남아있는 것을 확인,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은 모두 국내에서 직업을 갖지 못한 청년들이고 피해자 중 다수는 주부와 학생 등 젊은 여성들”이라며 “예전과 달리 내국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직접 가담하는 등 수법이 다양화하고 있으니 대출을 유인하는 전화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실제 피해 사례 / 경기 화성서부경찰서 제공

/강신우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