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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계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신임 통계청장에 임명했다. 이에 따라 현 정부의 첫 통계청장인 황수경 전 청장은 13개월 만에 물러났다. 과거 통계청장의 재임 기간이 평균 2년 안팎이었던 데 비하면 이례적으로 짧은 편이다. 청와대는 이번 교체 배경에 대한 설명을 내놓았지만 황 전 청장에게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구석이 적지 않다.

관가에서는 최근의 소득 통계지표 악화에 대한 책임을 황 청장에게 물은 경질인사라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황 청장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효과를 통계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그 임무를 수행할 인물로 바꿨다는 것이다. 공교롭게 강 신임 청장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실사구시 한국경제’라는 책을 2003년에 함께 냈다.

특히 5월 말 문 대통령이 언급해 논란이 됐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 90%’ 자료에 관여한 전력이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소득보장정책연구실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가계소득동향 통계를 분석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담긴 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 가계동향 조사에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했다는 통계에 대해 통계청이 표본가구 확대를 잘못해 착시현상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코드를 맞춘 셈이다.

이런 강 청장의 이력을 보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통계에 반영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러잖아도 현 정부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통계청 자료 중 입맛에 맞는 부분만 공개하거나 맞춤형 가공이 잦다는 지적이 많다. 통계 발표 전 청와대·정부에 미리 알려주는 ‘통계사전협의제’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는 상황이다.



통계에 정치가 개입되면 잘못된 정책이 나오고 결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부는 통계청장 교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정책홍보에 통계를 동원하려는 유혹을 버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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