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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광주, 부산 비엔날레]"전시공간 재해석 합격점...내용은 아쉬워"

광주 비엔날레

방치됐던 국군광주병원에 전시된

카데르 아티아 작품 가장 인상적

각각의 기획전 유연하게 통합 안돼

부산 비엔날레

옛 韓銀 부산본부 자리에 설치한

영상예술작품 놓치지 말고 보길

어설픈 낭만주의적 작품은 옥에 티

비엔날레 측의 별도 의뢰를 받은 카데르 아티아의 작품 ‘영원한 지금’은 방치됐던 옛 국군광주병원을 다시 보게 한다. /사진제공=광주비엔날레




10만 개의 초코파이를 관객들이 함께 먹는 천민정 작가의 ‘초코파이를 먹자-같이’의 설치 전경.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 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


기혜경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김도일 대표


정준모 미술평론가,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비엔날레 현장을 깜짝 방문했다. 이날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계획에 없던 비엔날레행을 택한 것. 문 대통령 내외는 떠도는 동포, 소통에 대한 작품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일본·중앙아시아 등에 흩어져 사는 동포들이 부르는 민요를 소재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궤적을 되짚는 주황 작가의 작품, 소통에 대한 갈망을 높게 쌓은 신문지 탑으로 표현한 장 페이리 작가의 ‘임시 개방된 명승지’ 앞에서 유독 오래 머물렀다. 천민정 작가가 10만 개의 초코파이로 제작한 관객 참여형 작품인 ‘초코파이를 먹자-같이’에서는 직접 시민들과 함께 초코파이를 먹기도 했다.

9월 첫 주를 기점으로 일제히 개막한 광주와 부산 비엔날레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격년제 국제 미술제를 칭하는 ‘비엔날레’는 사회를 바라보는 예술적 시선을 보여주는 장(場)이다. 16일 서울경제신문은 미술계 전문가들의 행사 관람평을 들어봤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과 기혜경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을 비롯해 비엔날레를 진두지휘해 본 경험이 있는 미술평론가 정준모, 홍경한 전 강원국제비엔날레 총감독 등이 참여했다.



12회째인 광주비엔날레는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주제로 11명의 큐레이터가 7개 전시에 43개국 작가 165팀의 300여 작품을 선보였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전시지만 일단 양(量)부터가 너무 방대해 ‘관람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산비엔날레는 ‘비록 떨어져 있어도’라는 주제 아래 35개국 65팀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촉박한 준비 일정 때문에 전시 규모를 줄인 것이 상대적으로 압축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두 행사가 공히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은 ‘전시 공간’. 광주비엔날레는 폐허처럼 방치됐던 옛 국군광주병원과 예배당 등지를 전시장으로 활용해 호평 받았다. 마리 관장은 “오래된 건물인 국군광주병원에서 전시된 카데르 아티아의 작품은 비엔날레에서 가장 인상적인 예술품”이라며 “전통 한옥 건축에 사용한 나무 도리를 토템과 조각으로 승화해 상처 입은 인체를 떠올리게 했다”고 말했다. 부산비엔날레는 을숙도에 새롭게 개관한 부산현대미술관과 구도심에 덩그러니 남은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건물을 전시장으로 활용했다. 기혜경 운영부장은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과거와 현재를, 옛 한국은행 건물에서는 현재와 미래적 비전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꾸려졌다”고 평했다.

하지만 광주 93억원, 부산 40억원 등 막대한 예산과 관심을 받고 있는 비엔날레인 만큼 냉정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홍경한 평론가는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문화 권력으로서의 과시가 있을 뿐 그 많은 예산과 인적자원을 투입하고도 결과물은 맹숭맹숭하고, 각각의 기획전을 한 장소에 몰아넣은 양 유연하게 통합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북한미술전에 출품한 ‘선전화’는 생생한 조형감과 그림의 손맛을 느끼게 해 주지만 오히려 화해무드에 놓인 남북 정치관계에 편승한 ‘관변비엔날레’라는 오명마저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홍 평론가는 부산비엔날레에를 “유독 넘치게 등장하는 ‘남북문제’는 신파적, 단선적 사고에서 전개됐고 일부 어설픈 낭만주의적인 작품들은 되레 현실의 엄혹함을 은폐한다”고 꼬집으며 “그럼에도 이스라엘 태생의 야엘 바르타나의 작품 ‘인페르노’는 상파울로 솔로몬신전을 모티프로 한 픽션이 웅장함과 비장함을 통한 역사성과 종교성, 민족성에 관한 분리와 균열을 생생히 보여준다”고 평했다. 정준모 평론가는 광주비엔날레가 ‘경계’에 대한 주제를 현대미술의 트렌드에 가까운 ‘난민 문제’로 집중한 것을 비판하면서도 “호 추 니엔의 ‘무명과 유명’은 신작은 아니지만 대중 영화적 요소와 접목시켜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중국 전통 전지공예기법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작업한 시야디의 ‘분출’ 등의 작품은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부산비엔날레를 돌아본 맹지영 두산갤러리 큐레이터는 “부산현대미술관 1층 샹탈 에커만의 55분짜리 영상 ‘동쪽’은 작품 자체에서 나는 거리의 소음,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전시장 내의 여러 소리들과 어우러져 마치 다른 두 공간을 경험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면서 “아마르 칸와르의 1997년작 ‘시즌 아웃사이드’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며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에서는 필 콜린스 설치와 영상작품, 한국 작가 이민휘&최윤과 임영주의 영상을 놓치지 말고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미술계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중적 눈높이에서 “서로 다른 두 비엔날레지만 광주와 부산 모두 동시대를 둘러싼 사회·정치·문화적 현상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다”면서 “‘상상된 경계들’이 사람들을 가르며 난민도, 분단도 만든다는 점에서 두 비엔날레는 분절과 단절의 근원을 찾아가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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