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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최불암, 겨울 동해 홑게·과메기·도치 밥상을 만나다

사진=KBS 제공




17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한겨울 동해로 가는 이유’ 편으로 최불암이 한겨울 동해 바다에서 건져 올린 인생의 참맛을 만났다.

▲ 50년째 대게와 함께 한 파도 위의 인생 - 아버지의 바다

사진=KBS 제공


이른 새벽 울진 죽변항에는 불 밝힌 어선들로 가득하다. 한 겨울 동해의 진미, 대게잡이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수온이 낮고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대게는 날이 추워질수록 살이 차올라 겨울에 그 맛과 풍미를 더한다. 12월부터 제철 맞은 대게를 찾아 오늘도 출항을 나서는 ‘효성호’-김용웅(75) 선장은 올해로 50년 째, 영하의 날씨와 너울성 파도와 싸우며 겨울 대게 잡이를 나서고 있다. 혹한과 싸워야하는 파도위의 인생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부모님과 형제들을 건사했고, 가정을 꾸려 4남매를 무탈하게 키워낼 수 있었다. 지금은 큰 아들 재선(50)씨와 사위에 처남까지... 김용웅 선장의 곁을 지키며 함께 대게 잡이에 나서고 있다.

9시간 넘는 고된 작업을 끝내고 무사 귀환한 김용웅 선장과 ‘효성호’ 가족들-위판하고 남은 대게들로 모처럼 대게잔치를 벌인다. 박달게 보다 귀해 어부들만 맛 볼 수 있다는 별미가 있었으니 바로 ‘홑게’다. 탈피 직전의 게로 연하고 부드러워 ‘홑게회’로 즐기면 천하일미! 찐 대게를 말린 ‘해각포’로 죽을 끓여 먹으면 영양식은 물론 해장으로도 그만이란다. 싱싱한 대게에 배를 갈아 단맛을 더하고 간장양념으로 조려낸 추억의 ‘대게장조림’까지... 아버지와 가족들이 함께 바다에서 건져 올린 반가운 겨울 손님, 고단했던 바다 위 인생마저도 달아지게 만들어주는 ‘대게’ 밥상을 맛본다.

▲ 청어 과메기와 함께 곰삭은 30년 세월 - 어머니의 바다

사진=KBS 제공


동해를 품은 경북 영덕의 작은 바닷가 마을, 창포리. 코끝 시큰해지는 겨울이 오면, 해풍에 꾸덕꾸덕 청어 과메기가 익어가는 곳이다. 지금이야 과메기하면 꽁치가 대세가 되었지만, 창포리는 예부터 청어 과메기를 고집해온 곳이다. 올해로 30년 째, 창포리의 덕장을 지키는 어머니가 있다. 첩첩산중의 전북 임실에서 망망대해 동해 바닷가 마을로 시집와 지난 세월, 크고 작은 인생의 파고를 헤쳐온 이향화(59)씨다. 시집오기 전까지 ‘청어’라는 생선을 몰랐을 정도로 생선비린내도 낯설고, 밤이면 파도소리에 잠을 설쳤다는 향화씨. 중장비하던 남편 사업이 망하면서 시부모님과 형제들, 조카들까지 떠안게 되자 물질도 마다 않았고, 일주일에 3일은 오일장을 돌며 회를 팔았다. 그렇게 30년 세월을 견디고 나니 손주들 재롱에 웃는 날도 많아졌고, 무엇보다 비린내를 못 참던 그녀가 청어요리 전문가가 다 됐다고 한다. 쫄깃한 식감과 담백한 맛을 자랑하는 청어 과메기. 특히 내장까지 통째로 두 달 가량을 건조시킨 통과메기는 삭힌 맛이 일품인데, 통과메기에 묵은지를 넣고 끓인 ‘통과메기조림’은 겨울철 단골 메뉴다. 구운 과메기에 고추장 양념을 바른 ‘과메기양념구이’, 과메기와 찰떡 궁합인 미역으로 무친 ‘과메기초무침’도 별미다. 특히 잘게 썬 과메기를 유부초밥에 넣어 만든 ‘과메기유부초밥’은 손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청어 과메기 덕에 이 겨울, 3대가 함께하는 따스한 밥상이 인생의 보람이라고 말하는 이향화씨. 그 넓고 깊은 어머니의 바다를 만나러 가본다.



▲ 동해의 겨울 명물, 못난이 생선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청춘의 바다’

사진=KBS 제공


매일 새벽 경매가 열리는 강원도 강릉 주문진항! 유독 못생긴 생선만 찾아다니는 젊은 요리사가 있다. 이름도, 생김새도 독특한 생선들을 가지고 ‘못난이 생선 전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주연(43)씨다. 그가 찾는 생선들은 이 겨울 동해에서만 나는 생선들로, 생김새가 심통 맞다고 심퉁이라 불리기도 하고 배의 빨판이 뚝 떨어진다 해서 뚝지라고도 불리는 ‘도치’, 예전에는 물텀벙이라고 불렸던 ‘꼼치’, 큰 입을 자랑하는 ‘장치’가 그 주인공들이다. 옛날에는 이 생선들을 못생겼다고 하여 잡아도 다 버렸지만, 10여 년 전부터 외모에 가려져있던 그 맛과 매력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둘도 없는 겨울 별미가 됐다. 그야말로 어생역전(魚生逆轉)의 주역들이다.

12월부터 2월까지 제철인 도치는 데쳐서 허물을 벗겨내고 손질해 ‘도치 숙회’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또한, 산란기인 겨울에만 먹을 수 있다는 도치 알은 묵처럼 굳힌 다음 쪄서 ‘도치 알찜’으로 먹으면 씹히는 식감이 매력 만점이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꼼치는 탕으로도 그만이지만, 해풍에 말려 먹어도 일품이다. 한 달 정도 말린 꼼치를 소금간만 해서 찜기에 쪄낸 ‘말린 꼼치찜’은 삭힌 홍어와 비슷한 맛과 풍미를 자랑한다고 한다.

어생역전의 생선들 덕분에 방황을 접고 지난 13년 동안 고향 바다를 지키며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주연씨. 겨울 동해의 생선들과 함께 인생역전 중이라는 젊은 청춘의 바다밥상을 찾아가 본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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