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장만 달라" 호소에 약사 몫 내줘…주민번호 끝자리로 오인도

[코로나19 갈팡질팡 마스크대책]

■'마스크 5부제' 첫날 현장은

등본발급 민원 사이트 연결 지연

서류 제때 준비 못해 또 빈손으로

상당수 약국 오전까지 물량 미입고

시민 "제각각 판매시간 통일해야"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오승현기자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신분증을 통해 마스크 중복구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오승현기자


9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약국. 다급한 목소리로 “마스크 있어요?”라고 묻는 손님에게 약사가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젓자 이내 발길을 되돌린다. 이날 약국 문을 열지 불과 5분도 안 돼 10여명의 손님들이 빈손으로 돌아갔다. 아직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아 사지 못하는 시민이나 팔지 못하는 약사 모두 허탈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출생연도에 따라 공적 마스크 판매 일자를 달리하는 ‘마스크 5부제’가 이날 처음 시행됐지만 여전히 약국 앞 장사진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았지만 아직 물량이 입고되지 않아 여러 곳을 전전하는가 하면 구매 날짜를 잘못 알아 헛걸음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또 자녀나 노부모 대리구매에 필요한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위해 정부 민원처리사이트에 접속이 폭주하면서 연결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 서울경제 취재진이 서울 시내 주요 약국을 돌아본 결과 상당수 약국에서는 오전까지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아 시민들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일이 속출했다. 이날 오전 찾은 청량리의 한 약국은 오전10시까지 수십명의 손님들이 마스크를 사러왔다가 “아직 재고가 없다”는 답을 듣고 되돌아갔다. 노량진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최모씨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문이 열기 전부터 목이 빠지게 기다렸지만 물량이 없어 발걸음을 돌렸다. 서초구의 직장에 다니는 하모씨도 오전 내내 회사 근처 약국을 4곳이나 돌아다녔지만 결국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민뿐 아니라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사들도 정확한 입고 시점을 몰라 난감한 처지다. 서울 대치동 약국의 한 약사는 “마스크 입고일정은 배송기사의 동선과 교통상황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약사들도 알 수 없다”며 “마스크를 찾는 고객들에게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고 답하면 믿을 수 없다는 싸늘한 눈초리를 받게 돼 우리도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약국의 약사는 “하루 300통 넘는 전화와 500명 이상 방문객들의 문의에 일일이 응대하다 보니 목이 다 쉬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날 오전에만 벌써 세 번째 약국에 들렀다는 60대 여성 변모씨는 “약국마다 마스크 입고시간이 제각각이라 헛걸음하기 일쑤”라면서 “약국의 마스크 판매시점을 일원화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일부 약국에서는 시민의 헛수고를 막기 위해 구매대기 번호표가 등장하기도 했다.

5부제 시행 첫날이다 보니 구매 가능 날짜를 착각하거나 대리구매를 위한 서류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헛걸음하는 일도 종종 목격됐다. 특히 나이 지긋한 70~80대 노인들의 경우 출생연도 끝자리와 주민등록번호 끝자리를 혼동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종로5가의 한 약국을 찾은 70대 남성은 마스크를 사려고 주민등록증을 내밀었다가 구매가 가능한 요일이 아니라는 약사의 답을 듣고는 “주민등록번호 제일 끝자리인 줄 알았다”며 머쓱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약국의 약사는 “5부제 내용을 착각한 손님 대부분은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라고 귀띔했다. 또 출생연도 끝자리가 1과 6이 아닌 경우 이날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지만 한 장만 팔아달라고 애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30대 직장인 남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회사에 들어갈 수 없는데 집에 놓고 왔다”며 5분 넘게 매달리자 약사는 결국 자신의 몫을 하나 내줬다. 이 밖에 일부 약국에서는 가족의 대리구매 시 필요한 서류를 가져오지 않아 약사와 손님이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있었다. 이날 정부의 민원처리사이트인 ‘정부24’는 마스크 대리구매에 필요한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위한 접속자가 대거 몰리면서 연결이 지연되기도 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현행 대리구매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명의 미취학 자녀를 키우고 있는 40대 여성 고모씨는 “주민등록등본만 챙기면 된다고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그냥 집에만 두고 나올 수는 없지 않느냐”며 “어린 자녀의 경우 하루에 일괄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배·김성태·김혜린기자 세종=조지원기자 ba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