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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주가 '설명 난감'...노벨상경제학자까지 동원한 증권가

코스피 52거래일만에 700P 급상승

펀더멘털만으로는 납득 안되고

유동성 늘어 기업가치 '할인' 어려워

삼성證, 전통지표 PBR·PER 대신

물가상승률 토대로 한 CAPE 활용

하반기 코스피 1,850~2,200P 추산





주가(Price)가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주가수익비율(PER) 등 전통적인 ‘밸류에이션(기업가치 기반 적정 주가 평가)’ 지표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증권가에서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19일 1,457포인트까지 단기 급락했다가 52거래일만에 700P 이상 뛴 2,181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실물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예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유동성’에 힘입어 ‘순자산(PBR)’이나 ‘이익(PER)’ 등 기업의 재무상태와 상관없이 고공 행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달 28일과 지난 5일 잇따라 낸 보고서에서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을 기반으로 하반기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1,850~2,200P로 전망했다. CAPE는 물가상승률을 토대로 최근 10년간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평균 PER을 도출한 것으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 예일대 교수가 고안했다. 물가상승률과 경기순환을 반영한 밸류에이션 지표라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는 증시 과열 여부를 따질 때 주로 쓰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주택가격이 인플레이션 지표에 주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 때문에 적정 코스피 수준을 판단할 때 CAPE가 대중적으로 쓰이진 않는다. 일반적으론 상장사들의 PBR·PER 수준을 통해 예상 주가를 추정한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CAPE를 활용한 이유는 PER과 PBR로 최근 주가를 설명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척도로 이번 장세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최근 V자 랠리는 유동성의 힘이지만 보다 깊은 기저에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금융억압정책(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압력 용인)에 대한 기대가 자리 잡고 있다고 판단해 CAPE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랠리, 나아가 재무 데이터 기반 밸류에이션 책정에 대한 증권가의 공통된 고민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PER과 PBR은 각각 분모에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BPS)’ 등 기업의 재무가치 관련 변수를, 분자에 ‘주가’를 놓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상장사들의 기업환경은 악화하고 있는 반면 주가는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하향 등 유동성 강화정책에 힘입어 급등하는 추세다. 분자(주가)가 분모(재무가치)에 비해 과도하게 커지는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양적 완화’ 정책이 나타난 이후 이 같은 상황이 굳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적 완화로 주식·부동산·채권 부문 모두 펀더멘털보다 유동성의 설명력이 커지는 국면이 나타나고 있다”며 “펀더멘털의 설명력이 떨어지면서 알파(지수 움직임 이상의 수익)를 추구하기보단 베타(지수 상승폭 수준의 수익률)를 통제하려는 추세가 강해졌고, 이는 시장이 패시브(지수 추종) 펀드 위주로 변화하게끔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근본적으로는 ‘할인율(이자율)’을 기업가치(적정 주가) 책정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고민이 깔려 있다. 유동성이 대거 풀리면서 시장 이자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는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흐름, 즉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추정한 후 이를 이자율로 할인해 계산한다. 이효석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만약 할인율을 0이라고 가정하면 기업의 미래 가치는 사실상 무한대로 치솟는다”며 “기존 밸류에이션 이론에서는 기업 미래가치가 언젠가는 일정 수준에 수렴한다는 가정을 두고 있는데, 그 가정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 밸류에이션 지표가 플랫폼·바이오 기업 등 ‘신산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산업의 경우 유형자산보다 지식재산(IP)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더 크다. 그러나 무형자산이 과소평가되면서 순자산 규모가 큰 전통산업의 PBR은 역으로 낮아지고 신산업의 PBR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유동성 장세에서 신산업 부문의 주가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팀장은 “무형자산은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되기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가격 산정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이러다 보니 무형가치의 중요도가 높은 산업에서 유동성이 대거 들어오게 되면 가격이 오를 땐 급격히 오르고 내릴 땐 급격히 내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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