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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리스크에...삼성, 반도체 투자·M&A 또 멈추나

[위기의 삼성]

中·대만 파운드리 경쟁자들 "삼성 잡자" 행보 본격화

글로벌 기업들도 포스트코로나 대비 공격적 인수합병

"위기때일수록 투자·변화 주도하는 총수의 역할 중요"

이재용(앞줄 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방진복을 입고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과 관련된 검찰 수사와 재판이 끊이지 않으며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이 또다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관련 의혹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에 오른다는 삼성의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대만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위기를 기회 삼아 대규모 투자에 나서며 ‘타도 삼성’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최근 대만에 신규 패키징·검측 공장을 짓는 데 100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단일 투자로는 대만 사상 최대 규모다. 앞서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120억달러(약 14조6,000억원)를 들여 5㎚(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달 사이 27조원가량의 투자에 나선 셈이다.

TSMC의 이 같은 공격적 투자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에 맞불을 놓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평택사업장에 10조원을 투자해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 두 곳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TSMC를 따라잡는 게 급선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도 최근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SMIC는 최근 상하이증시 상장을 통해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MIC는 또 중국 정부 주도의 펀드로부터 22억5,000만달러(약 2조7,700억원)의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SMIC의 가장 큰 뒷배는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며 기술개발 및 투자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중국 정부다.



반면 달아나는 TSMC와 추격하는 SMIC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삼성전자는 잇단 검찰 수사로 투자 공백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삼성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무역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일 외교갈등 문제까지 재발하면서 비상경영 체제를 재가동한 상황이다.

이병태 KAIST 경영학 교수는 “위기 때일수록 과감한 투자를 통해 앞으로 10년, 30년 후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주도하는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병철·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고 IMF 외환위기 때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체질을 바꾼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 주력산업 대부분의 주도권이 다른 나라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 가운데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경영권과 관련된 검찰 수사를 방어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이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뒤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수조원 단위의 초대형 투자를 위해서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는 총수의 결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는 2018년 2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에야 재개됐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석방되고 6개월이 지난 2018년 8월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4대 성장사업에 25조원을 비롯해 3년간 180조원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또 지난해 4월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총 133조원의 투자 방안을 내놓았고 지난해 10월에는 퀀텀닷(QD) 디스플레이에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며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에 총 18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의 대형 M&A 역시 2016년 11월 9조원을 들여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한 뒤 4년 가까이 맥이 끊긴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격적 M&A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검찰 수사에 발목이 잡혀 포스크 코로나 대비에 전념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이재용·변수연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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