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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10대 열광하는데…미국은 왜 '틱톡'을 저격하는가

[책꽂이]차이나 플랫폼이 온다

-윤재웅 지음, 미래의 창 펴냄

미국, 화웨이 이어 틱톡 비난

중국 '플랫폼 굴기' 견제 나서

페이스북 등도 벤치마킹 시도

한국도 중국 저력 무시해선 안돼

2016년 9월 첫 선을 보인 후 누적 다운로드 20억 건을 돌파한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 하지만 정보 유출 등의 문제로 미중 사이에서 최즌 제2의 화웨이 논란을 빚고 있다./AFP연합뉴스




“당신의 사생활 정보를 중국 공산당 손아귀에 쥐어주길 원한다면 그 앱을 사용하라.”

이번엔 틱톡이다. 지난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산업 스파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며 강력히 제재했던 미국이 이번에는 중국의 소셜 미디어 앱 틱톡을 ‘위험한’ 존재로 지목했다. 화웨이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의회와 행정부가 단일대오로 틱톡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휴대폰 속 중국 앱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도대체 틱톡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미 국무장관이 직접 선전포고를 한 것일까.

윤재웅 선대인경제연구소 중국경제센터장의 신간 ‘차이나 플랫폼이 온다’에 따르면 틱톡은 단순히 10대가 열광하는 동영상 공유 앱이 아니다. ‘플랫폼 굴기’에 나선 중국 디지털 산업의 아이콘이다. 우선 성장세가 가히 폭발적이다. 전 세계 사용자가 10억 명을 넘어서는 데 불과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페이스북이나 왓츠앱의 절반도 되지 않는 기간이다. 트위터나 스냅챗은 여전히 사용자가 10억 명이 되지 않는다. 틱톡의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최근 20억 건을 돌파했다. 미국에서도 월간 활성 사용자가 2,65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은 16~24세다. 틱톡을 만든 바이트댄스는 지난 5월 기업가치 1,00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미국의 쟁쟁한 스타트업을 모두 따돌리고 세계 최대 유니콘 지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 같은 위상을 바탕으로 이제는 신유통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저자는 “바이트댄스는 모방이 아니라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2세대 중국 플랫폼 기업”이라며 “뉴욕타임스(NYT)의 표현대로 미국인이 처음으로 중국 SNS 플랫폼의 영향을 받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기술을 모방해 성장한 텐센트, 바이두, 위챗, 알리바바 등과 달리 바이트댄스는 새로운 IT 시장을 만들고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1세대 플랫폼 기업들 역시 이제는 모방을 넘어 새로운 IT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바이두의 자율주행, 알리바바의 스마트시티, 텐센트의 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미국 플랫폼 기업의 간판격인 페이스북은 위챗이나 틱톡에 대한 벤치마킹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 시도는 보란 듯이 실패해 미국 IT산업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미국이 비난하는 것처럼 중국 정부의 거대한 감시 시스템과 이들 기업에 대한 관여는 문제의 소지가 크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온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세상이 현재 중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거대한 내수 사용자를 바탕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소셜 앱들이 휴대폰에 설치돼 있다./EPA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의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에 힘입어 중국은 거대한 플랫폼 제국으로 변모 중이다. 또한 디지털 일대일로를 통해 미국의 영향력이 덜한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에서 빠르게 ‘디지털 죽의 장막’을 치고 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미중 간 플랫폼 경쟁이야말로 21세기판 투키디데스 함정”이라고 평한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미국 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이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언급한 용어로,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패권 경쟁을 일컫는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는 미중 플랫폼 경쟁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비대면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앞당겨지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베이징 애플 스토어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애플은 한때 앱 스토어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위챗의 결제 기능을 배제하려 시도했으나, 위챗의 막강한 영향력에 결국 굴복했다./UPI연합뉴스


그런데도 한국은 중국의 ‘플랫폼 굴기’와 미중 디지털 경쟁에 둔감한 편이라고 저자는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아마존, 구글, 애플 등 미국 플랫폼 기업은 익히 알고 있지만 중국의 플랫폼 기업에 대해선 무지를 넘어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들이 ‘탈중국’을 외치며 동남아 시장으로 향하지만 이미 그곳은 중국 플랫폼 기업의 영향하에 놓인 지 오래다.

저자는 “애플, 페이스북 같은 미국 IT 기업들도 중국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하고 있다”며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발 앞선 기술력과 사업 아이템으로 중국을 내려다봤던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인정하고 싶진 않겠지만 중국에서 검증된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한국으로 들여와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한다. 규제가 자유로운 중국에서 성공한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가 한국 정부가 규제를 없애는 시점에 빠르게 도입하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플랫폼이 필요로 하는 콘텐츠에서의 우리 경쟁력이 새로운 기회를 열 수도 있다. 윤 센터장은 “중국의 혁신에도 분명 거대한 사각지대가 있다”며 “이를 간파하면 제2의 중국 보너스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만6,000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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