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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 5%'보다 높아도…분쟁위 "당사자 합의 중요"

임대차법상 1,175만원만 인상 가능한데

"임대차법 개정으로 집주인 손실 커져"

임대료 6,000만원으로 조정해 조정 성립

임대차법 100일, 상담 42% 쑥

전세난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서울의 아파트 전세 공급 부족 수준을 보여주는 지수가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역대 최고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매·전세·월세 관련 정보란./연합뉴스




전셋값이 치솟는 가운데 ‘전월세상한제(5%)’ 범위를 넘더라도 현실적 수준에서 보증금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성립 사례가 나왔다. 새 임대차법이 일률적으로 적용된 탓에 시장의 혼선이 커지자 분쟁조정위조차 현실적인 시장논리와 거래관행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택한 것이다.

1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 대전지부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2년 전 전세를 내줬다가 최근 주변 시세가 급등하며 종전 보증금과 격차가 1억원 가까이 벌어지자 법에서 정한 대로 5%만 올릴 수 있게 한다면 집주인의 손해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입자 A씨는 지난 2018년 10월 대전의 한 아파트를 집주인 B씨로부터 보증금 2억3,500만원에 2년 전세계약 했다. 이후 주변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변 시세와 1억원가량의 격차가 발생하게 되자 두 사람은 임대계약 종료 3개월 전인 올해 7월 말 보증금을 9,500만원 증액하는 내용으로 2년 추가 전세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합의는 물거품이 됐다. 세입자 A씨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겠다’며 계약갱신과 더불어 보증금 인상 상한액인 5%까지만 올려줄 수 있다는 뜻을 통보했다. 그러자 B씨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하겠다고 맞섰다. A씨는 “B씨의 실거주는 허위로 의심된다”며 분쟁조정위에 조정 신청을 냈다.



분쟁조정위는 해당 계약의 경우 임대인인 B씨가 실거주 증명을 하지 못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계약갱신을 권하면서도 임차인 A씨 주장처럼 5% 증액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B씨는 당초 계약한 9,500만원에서 한발 물러났지만 6,000만원은 올려야 한다고 했고 분쟁조정위는 이를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해 조정안으로 내놓았다. 임대차법에 따르면 종전 보증금의 5%인 1,175만원까지밖에 올릴 수 없다. 분쟁조정위는 “임차인 측에서 금액에 대해 이견이 있었지만 임대차법 개정으로 인해 임대인이 입게 되는 손실을 설명했고 임차인이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도 임대차법에는 맞지 않는 조정 사례가 나왔다. 2018년 12월 서울의 한 아파트를 12억5,000만원에 전세계약한 C씨는 이후 집을 매매해 새 집주인이 된 D씨와의 재계약에서 난항을 겪었다. 두 사람은 올해 6월 이 집을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500만원으로 재계약하기로 합의했지만 C씨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입장을 바꿔 ‘월세 전환에 응할 수 없고 기존 전세가격대로 재계약하겠다’고 주장했다.

임대차법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가 응하지 않을 경우 월세 전환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분쟁조정위는 가격을 조정하는 대신 월세 전환을 받아들이도록 조정안을 냈다. 분쟁조정위는 “집주인은 월세를 원하고, 세입자는 기존 합의보다 저렴한 월세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한편 임대차 3법 시행이 100일을 맞았지만 여전히 집주인과 세입자들 간 갈등은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7월31일부터 10월31일까지 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임대차 관련 상담 건수는 2만5,25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1만7,752건에 비해 42.2%(7,499건)나 늘어났다. 이 기간 분쟁조정위에는 423건이 접수됐는데 이 중 조정이 이뤄진 것은 25건에 불과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권한이 없는 분쟁조정위에 대해 국민들이 아무런 기대치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시간만 오래 걸리고 정작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탓에 갈등을 깊어지게 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과 관련해 분쟁조정위 관계자는 “임차인은 법에 보장된 보증금 인상 상한선(5%)을 관철하지 못했고, 임대인 또한 법에 보장된 실거주에 따른 계약갱신 거절을 얻어내지 못했다”며 “그러나 각자가 법에 의해 보장된 권리를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상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례는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법규를 내세워 법적 소송을 진행하기 보다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서로 이익을 주고 받는 분쟁조정의 모범적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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