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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6개월 직접조달 41兆…기업들, 사상 최대로 자금 모았다

주식 12.6조·회사채도 29.3조

새먹거리 대비…올 100조 될듯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41조 원의 자금을 직접 조달했다.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역대급 유동성 장세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실탄 확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기사 2면

28일 투자은행(IB)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41조 9,703억 원으로 자료가 확인되는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29조 9,250억 원)보다는 40.2%나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00조 원의 조달도 가능할 태세다. IB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예정된 역대급 규모의 기업공개(IPO)도 많고 회사채 발행 역시 늘고 있어 기업들의 하반기 직접 조달은 더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문별로는 주식 발행(IPO·유상증자)을 통해 12조 6,358억 원을 조달했다. 주식 발행액은 지난해의 6배이자 역대 최고 수준인 2011년의 2배 수준이다. 회사채 역시 29조 3,345억 원을 확보해 전년보다 1조 6,000억 원(5.6%) 늘었다.

기업들이 직접 조달에 열을 올리는 것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완전히 달라질 경영 환경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 핵심 계열사를 상장시키는 한편 낮은 금리로 시설 투자금을 확보해 재무 부담을 줄이는 등 본격적인 생존경쟁에 나서기 위한 준비라는 것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역대급 저금리라는 시기적 특성상 조달 금리가 낮아 차환을 통해 재무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기존에는 조달 비용이 높아 사업성이 없던 신사업도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늘 위기 뒤 기회였다"…SK·LG·한화, 1조 원 이상 곳간 채웠다

역대급 유동성 장세에 계열사 상장 서두르고…회사채 차환 발행

현금 방파제 쌓고 미래 먹거리 타진도…"하반기 예정된 조달 많아"

한화시스템은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1조 1,606억 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조 단위의 유상증자는 이례적인 결정이었는데 그만큼 지금이 자금 조달과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투자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한화는 유상증자 자금에서 △3년간 저궤도(LEO) 위성통신에 5,000억 원 △플라잉카로 알려진 에어모빌리티에 4,5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조 단위의 규모에도 주주들은 모집 금액의 107.5%를 청약하며 무난하게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한화만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한 게 아니다. 상반기에는 유독 조 단위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눈에 띄었다. LG화학과 SK하이닉스는 회사채 시장을 통해 1조 원이 넘는 돈을 수혈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 역시 넘쳐났다.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분리막 제조 계열사인 SK아이테크놀로지(IET)는 5월 기업가치 7조 5,000억 원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기업 공모 역사상 최고 청약증거금(80조 9,017억 원)을 불러 모았고 구주매출 등을 제외하고 기업이 확보한 현금만 8,900억 원에 달했다. SKIET는 확보한 실탄으로 핵심 사업에 대한 추가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대기업의 한 전략 담당자는 “외환위기는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학습 효과가 있는데, 위기 뒤에는 늘 기회가 왔었다”면서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에 곳간을 채워두는 것은 당연한 행위”라고 말했다.

◇역대급 조달…"주식·회사채 시장 역할 제대로 했다"

올해 역대급 자금 조달을 주도한 것은 주식시장이다. 상반기 주식(기업 상장 및 유상증자) 발행을 통해 조달한 금액만 12조 6,358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10조 9,164억 원) 규모를 넘어섰다. 역대 최고인 2011년(12조 9,018억 원)에 육박했다. SKIET,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대어급 상장 외에도 미래 청사진을 걸고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했다. 대한항공(3조 원), 하이브(4,455억 원) 등이 운영자금과 인수합병(M&A) 실탄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회사채 시장을 통해서도 기업들은 재무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신사업 투자를 위한 현금 확보에 나섰다. LG화학이 대표적이다. 올해 2월 민간 기업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2,000억 원을 발행했다. 당초 6,000억 원을 모집하려 했는데 2조 5,600억 원이 몰려 최대로 증액 발행했다. 핵심 사업의 시설 자금, 그리고 채무 상환 자금 조달용이었다. 기관투자가들은 LG화학의 성장성을 믿고 베팅했다. SK하이닉스도 1조 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 기존 고금리 채권을 갈아타고 시설 투자에 나섰다.

수요예측에서 연일 조 단위의 뭉칫돈이 유입되면서 상반기 발행된 회사채 314건 중 238건이 증액 발행됐다. BBB등급 저신용 회사채에도 투자 열기가 번졌다.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으려는 하이일드펀드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모주 펀드에 시중 자금이 쏟아지면서 저신용 회사채를 담으려는 수요가 많아졌다”며 “이를 겨냥해 두산과 대한항공 등 일부 저신용 기업들도 거듭 시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열풍도 저금리 기조가 촉발한 발행 랠리에 기름을 부었다. 1분기에만 총 6조 3,130억 원의 공모 ESG 채권이 시장에 나왔다. 현대자동차, SK㈜, LG화학, 롯데지주, 포스코인터내셔널, KB증권, 우리카드, 신한캐피탈 등 20~30곳의 기업과 금융사가 녹색 채권, 사회적 채권을 연이어 발행했다.

◇상반기가 피크?…“기준금리가 최대 변수”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곳간 채우기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미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LG에너지솔루션·크래프톤 등 몸값이 1조 원 이상인 기업만 10곳이 상장을 예고했다. 이들이 시장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규모만 20조 원에 달한다. 회사채 역시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필요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종근당홀딩스는 설립 후 처음으로 회사채 시장을 찾아 오는 2024년까지 필요한 매입 대금과 판관비 등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한화솔루션·엔씨소프트는 내년 만기되는 차입금 상환을 위해 일찌감치 시장을 찾았다.

다만 역대급 수준을 기록한 상반기를 뛰어 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6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공모, 기관 자금이 묶이면서 공모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전망에 몰리던 회사채 시장도 어느 정도 조달이 마무리됐다는 분위기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움직임은 사실상 올해 상반기가 피크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고 미국과 달리 한국이 먼저 기준금리를 조정할 가능성도 있어 시장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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