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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판 NSTC 구축…'점유율 1%' K팹리스, 국가 주도로 키운다

[새 정부 '나노반도체종합硏 설립' 추진]

☞NSTC : 美 국립반도체기술센터

시험 공간·능력 부족 팹리스 업체, 시양산 가능 연구소로

전국 흩어진 연구기관들 네트워크화…효율성도 끌어올려

팹 설립에 최소 수조원…삼성·SK 시설 등 임차 검토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주도할 국가 차원의 연구소 설립을 검토하는 것은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을 민간 기업에만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반도체 경쟁은 국가 간 대리전 양상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동안 민간 기업의 자체 경쟁력에만 의존하다 보니 소수의 대기업은 강한 경쟁력을 갖췄지만 ‘반도체 생태계’의 기반이 될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 폭넓은 분야의 동반 성장은 취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반도체 육성에 직접 참여=나노반도체종합연구소(NSRI) 설립 기획의 총책임을 맡은 이병훈 포항공대 반도체기술융합센터장은 20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외국은 국가적인 반도체 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이끌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는 종합 반도체 연구소가 없느냐’는 고민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었다”며 “반도체 분야는 작은 기술 하나로 1~2년 사이에 시장이 달라지는 산업이 아니다. 실제 시장을 움직일 기술을 개발하려면 수천억~수조 원대의 지원이 필요한데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유럽·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은 국가 차원의 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세마텍·알바니나노텍연구단지 등 국제적 규모의 연구 시설을 갖춘 미국은 최근 105억 달러(약 13조 원)를 들여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출범한 대만반도체연구센터(TSRI)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와 협업하면서 단숨에 세계적 반도체 연구기관으로 떠올랐다. 일본은 TSMC와 함께 도쿄대에 시스템 디자인 랩(d.lab)을 만들어 반도체 기술 연구를 위한 협력 플랫폼을 구축했다.



기획 단계에서 NSRI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존 나노 반도체 관련 연구기관들을 네트워크화해 연구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게 첫 번째, 자체적인 최첨단 팹을 만들어 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할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게 두 번째 주요 목표다. 현재 전국에는 이른바 ‘공공 팹’이 KAIST 부설 나노종합기술원, 한국나노기술원, 나노융합기술원 등 6개 설치돼 있다. 하지만 지역별로 분산돼 있다 보니 효율이 낮고 중복 투자 문제도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합하고 대학 연구실까지 묶어 중앙에서 종합 연구를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최첨단 팹 만들어 테스트베드 활용=문제는 현재 반도체 연구기관의 능력으로는 최첨단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적인 국가 반도체 연구기관의 역할을 위해서는 실제 양산에 가까운 능력을 갖춘 팹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민간 기업들은 자체 연구 인력 및 팹을 활용할 수 있지만 이 정도 설비를 갖출 능력이 없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및 소부장 업체는 기술을 개발하려 해도 실제 시험해볼 공간이 없어 경쟁에서 더욱 뒤처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연구개발(R&D) 수준의 팹이라도 최첨단 기술을 활용할 수준이라면 최소 수조 원이 필요하다. 시양산이 가능한 수준의 팹을 만들라 치면 10조 원대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에 수천억 원을 호가하는 극자외선(EUV) 장비의 경우 돈도 돈이지만 물량 부족으로 확보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시설을 갖춘 벨기에의 아이멕(IMEC)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췄지만 고비용 구조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유치해야 하는 부담을 겪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팹 설립의 문제에 대해서는 비용 등 여러 문제가 있고 반대 여론도 있어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 검토되는 안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팹을 보유한 업체들의 시설 일부를 임차하는 방안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는 대신 시설 일부를 R&D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팹을 사용하지 않는 시기를 파악해 연구 지원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방안이다. 이 센터장은 “기존 팹을 보완하고 효율화해서 시스템을 갖추면 된다. 정부가 지원하는 대신 기업들이 눈치 보지 않고 팹에서 연구개발을 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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