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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재입대’ vs ‘女징병제’…軍병력 고갈 대책은 [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노인빈곤 해결” vs “왜 남자만 희생”

“노년 1% 자원에 7만명 전력 확보”

국방부 “여성징병제 검토한 바 없어”

병력부족 대비 ‘골든타임’ 10년 불과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에서 입영대상자가 병역판정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23개월째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딜레마에 빠찐 가운데 러시아 국영 방송사들이 최근 러시아 벨고로드주에서 전원 여성으로 구성된 부대가 군사훈련을 받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방영해 각국의 외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 위해 여성의 군대 지원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심지어 벨고로드 향토방위군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여성 모병 광고까지 올렸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최후의 수단이라던 ‘여성 모병’까지 시작한 것이다.

이번에는 외신들이 세계 유일한 분남국가 대한민국을 주목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한국군의 새로운 적(敵)으로 떠올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여성 1인당 0.78명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50만명에 달하는 현재의 병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韓 병력, 2040년엔 36만 명 수준 떨어져


미국 CNN 방송은 최근 ‘한국군의 새로운 적: 인구 추계’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은 현재 약 50만 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 수(합계출산율)가 0.78명에 불과해 한국에게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성 징병제도가 부족한 병력자원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CNN은 제시했다.

군 안팎에서 병역자원 감소에 대해 우려는 이미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관호 책임연구위원의 ‘병역자원 감소 시대의 국방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국군의 정원은 50만명이었으나 실제 연말 병력은 48만명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2023년 병력이 5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 될 것이라며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조 책임연구위원은 현재 50만여 명 수준인 국군 상비병력은 오는 2039년 39만3000여 명으로 40만 명 선이 무너지고 2040년에는 36만 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서초 예비군훈련소에서 입영훈련을 한 50~70대 ‘시니어아미’ 회원들. 사진 제공=사단법인 시니어아미


최근 온라인상에서 저출산에 따른 병력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5~75세인 남성을 동원해 ‘시니어 아미’를 만들자는 주장이 나와 논쟁이 뜨겁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기고한 글을 통해 “(여성 군 복무 공약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나라가 고려할 정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최 교수는 “병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더 쉽고 효율적인 대안이 있다”며 “자원입대를 희망하는 건강한 시니어들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현재 55~75살인 약 691만명의 남성이 있고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국가를 위해 다시 한번 총을 들 각오가 되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691만명 가운데 1%만 자원한다면 약 7만명의 예비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병사들이 받는 월급까지 지급한다면 20~30만명은 충분히 동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니어 아미 10만 양병(養兵)이 목표”


네티즌들의 반응은 갈렸다. 시니어 아미에 반대하는 쪽은 “남자들은 70살이 넘어도 군대에 가라는 거냐”, “처음에는 자원자만 모집한다고 하지만 결국 인력이 부족해지면 강제동원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 “60~70대 병사들을 간부들이 통제할 수 있나? 위계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찬성하는 네티즌들은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높은데 노인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이다”, “당장 폐지 줍는 노인들도 많은데 군대에서 숙식까지 제공해준다면 좋은 정책 아닌가”, “일자리 없는 남성 노년층이 꽤 선호할만한 정책이라고 어차피 현역시절 만큼 업무강도가 강하진 않을 거 아닌가” 등의 평가를 내놓았다.

지난해 12해 3일 서울 서초 예비군훈련소. 20여 명은 모두 노병(老兵)이 군복을 입고 안보 교육을 받은 뒤 사격 훈련, 시가지 전투를 체험했다. 57세부터 75세까지 평균 연령은 63.2세에 달했다. 50대 후반 여성도 두 명이나 있었다.

온라인상 논쟁과 달리 정작 당사자들, 은퇴 세대들은 직접 총을 집어들고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6월 설립된 순수 민간 단체인 ‘시니어아미(senior army)’가 출범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장차 병력 자원이 부족해진다고 하자 국방의 의무에서 면제된 50~70대가 “전쟁이 나면 참전하겠다”며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다. “시니어아미 10만 양병(養兵)이 목표”라고 비전도 제디했다.

이날 첫 입영 훈련은 미국 LA타임스가 1면과 6면에 걸쳐 보도할 만큼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해안경계부대의 여군 중대장이 철책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여성 징병제가 다시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제3지대 신당이 병역 수급난 해결 근거로 여성 징병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30년부터 여성도 군 복무를 해야만 경찰·소방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하며 포문을 열었다.

또 다른 제3지대 신당을 공식화한 금태섭 전 의원, 류호정 의원도 여성의 군입대 문제를 꺼내 들었다. 젠더갈등을 부추기리려는 것이 아닌 성평등과 병역자원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 측면에서 다시 들여다보자는 주장이다.

여성의 군 복무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시작했다. 여성이 전쟁이나 전투에 뛰어든 사례가 이전에도 있었지만 국가가 조직적으로 여성을 모병한 것은 1차 대전부터다. 여성은 전투를 치르기보다는 후방에서 지원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은 군에 입대하는 게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 21개 국가에서 여성을 남성과 똑같이 징집 중이다. 북유럽(노르웨이·스웨덴)은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적극적 지지가 있었다. 북유럽의 여성 징병제는 성 평등 문화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있다.

북한도 2015년부터 여성 징집을 시작했다. 북한의 남성과 여성 모두 17세가 되면 입대 대상자로 분류된다. 최대 군복무기간이 남성은 10년, 여성은 8년이다.

북유럽, 여성징병제 도입 때 女 적극 지지


사실 여성 징병제는 오래된 숙제와 같다. 논란에 대한 법률적 해석도 몇 차례가 나왔다. 헌법재판소에서 세 차례나 검토한 사안이다. 헌재는 2010년, 2011년, 2014년 모두 병역법 3조 1항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방의 의무는 병역법에 의해 군 복무에 임하는 등 직접적 병력 형성 의무만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간접적인 병력 형성 의무 및 병력 형성 이후 군 작전 명령에 복종하고 협력해야 할 의무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또 헌법 39조에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라는 돼 있는데, 이는 입법의 재량을 법률에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남성만 병역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며 현재 징병제도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반면 헌법소원을 제기한 남성들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의 전쟁은 건강한 남성 신체를 필요로 했던 전통적 전쟁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신체적 조건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점에 기반해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지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남성의 신체가 전투 수행에 더 적합하며 여성은 월경과 임신, 출산을 하기에 병력자원으로 투입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들어 현재 징병제도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여성 징병제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긋었다. 국방부는 “사회적 공감대,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거나 결정돼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2015년 1.24명을 기점으로 매년 하락해 2022년 0.78명을 나타냈다. 지난해 수치는 0.71~0.72명 수준으로 더 떨어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합뉴스


CNN은 한국의 기록적인 저출산 현상이 심화해 2025년에는 여성 1인당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변화를 위한 시간표가 한국군에 없다. 한국에는 시간이 많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들도 상비병력 50만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22만명을 충원해야 하나, 현재 추세라면 2036년부터 20세 남성 인구는 22만명 아래로 떨어지고 2042년에는 12만명까지 급감하게 내다봤다. 우리 군이 저출생에 따른 병역 자원 급감이라는 ‘결정된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10여년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방부도 이 같은 추세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최근 몸무게 꼼수를 통한 병역 면제에 대해 군 당국이 칼을 들이댔다.

‘고도 미만·트랜드 여성’도 병역의무 부과


체중 과다나 미달로 현역 입대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준이 축소돼 고도미만이나 저체중으로 무조건 군대를 가야한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에 따른 현역 판정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긴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라 현역 판정 기준인 BMI 하한을 현행 16에서 15로 낮추고, 상한을 현행 35에서 40으로 올렸다.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의 성정체성을 가진 ‘트랜스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 성별불일치 병역 판정 규칙은 ‘6개월 이상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여러 증상이 있거나 심각한 증상 탓에 군 복무에 지장이 초래된다고 판단될 경우’ 5급 군 면제 판정을 받도록 돼 있는데 이를 세분화 해서 일부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한다.

개정안을 보면 성별불일치 진단을 받았더라도 이성 호르몬 치료를 규칙적으로 받지 않는 경우 4급 판정을 받으면 현역으로 군대에 가지는 않지만,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한 뒤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한다. 다만 진단 후 6개월 이상의 규칙적인 이성호르몬 치료를 받은 경우 5급 군 면제를 하도록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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