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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금 우리 모두의 이야기 '디어 에반 핸슨'

■뮤지컬 디어에반핸슨 리뷰

임규형 '인생 캐릭터' 만나

탁월한 연기와 무대 장치 더해져 화려한 볼거리

하이디 핸슨의 극단적인 넘버 배치 설득력 떨어져

뮤지컬 디어에반핸슨의 한 장면. 사진제공=에스앤코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초연 뮤지컬 ‘디어 에반 핸슨(Dear Evan Hanson)’이 한국 무대에 올려졌다. 뮤지컬 팬들이 오래도록 기다린 작품이다. 독특한 주제와 소재로 폭 넓은 인기를 끌고 있다.

에반은 사회불안장애를 갖고 있다. 에반의 심리치료사는 에반에게 ‘매일 자신에게 편지를 써 오라’는 숙제를 내 준다. 피곤하지만 엄마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써 내려간 이 편지 때문에 에반의 삶은 송두리째 바뀔 위기에 처한다. 편지가 의도치 않게 같은 학교 코너 머피의 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성격장애가 있고 마약을 한 경험도 있다. 에반을 괴롭히기 위해 편지를 가져갔고, 며칠 뒤 자살한다.

코너의 가족은 ‘디어 에반 핸슨(친애하는 에반에게)’으로 시작하는 편지 뭉치를 유서로 착각하고, ‘성격 장애가 있는 아들 코너가 매일 편지를 쓸 정도로 친한 친구가 있었다'며 기뻐한다. 학교 친구들은 ‘소외된 코너에게 에반이 유일한 희망이었어'라며 그를 추켜세운다. 에반은 이 상황을 애써 바로잡지 않는다. 살면서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관심과 애정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실을 밝힐 시점을 놓쳤고, 거짓말은 계속해서 더 큰 거짓말로 불어난다.



뮤지컬 디어에반핸슨의 한 장면. 사진=에스앤코


디어에반핸슨’은 대극장 뮤지컬의 주제가 ‘정치와 사회’에서 ‘개인과 가족’으로 넘어왔음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작품이다. 제작진은 무대 위에 무도회장, 혁명을 위한 광장 대신 여러 대의 스크린 모니터를 설치했다. 이 모니터는 작품 속 주인공들이 스마트폰 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뮤지컬에서 화려한 군무를 하는 무용수들의 역할을 스크린 속 텍스트들이 대신하는 셈이다.

스토리가 간소해진 만큼 관객들은 배우들의 대사와 대사가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한다. 배우의 표정과 시선, 목소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극은 망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에반의 엄마인 ‘하이디 핸슨’은 아쉬움을 남긴다. 작품 속 하이디는 진실을 알고난 후 지나치게 강하고 거친 목소리로 넘버를 소화하며 화를 낸다. 그리고 갑자기 ‘So big, So small’이라는 넘버를 부르며 홀로 에반을 키우던 과거를 회상한다. 개연성 없이 극단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빠져있는 모습은 관객에게 공감을 주기 힘들다.

주연인 ‘임규형’은 ‘아시아 초연’의 신의 한 수다. 2019년 ‘아랑가’의 사한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임규형은 이번 작품으로 생애 첫 대극장 주연을 맡았다. 헤어스타일과,체형, 말투, 표정까지 만약 에반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 아니었을까. 공연 중 진실을 밝힐 듯 말듯 방황하는 입모양과 시선 처리는 실제로 사회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고등학생인 것처럼 탁월했다. 특히 ‘Waving through a window’라는 넘버를 부를 때는 에반의 외로움과 소외감이 객석까지 전달돼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훔쳤다. 에반은 그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실력을 키워 온 임규형의 인생 캐릭터가 되기에 충분하다. 6월 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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