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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노인 찾아가 앱 깔고 주식거래…디지털 약자 노린 '한탕' 활개

[노후자금 노리는 검은손]

<상> 투자범죄에 무방비 노출

리딩방서 수익 올린뒤 투자 종용

수수료 요구·출금 미루더니 잠적

앱 활용 힘들어 남에 맡겼다가 낭패

고령층 사기 25%가 사이버 관련

유사투자 법 개정 불구 감독 한계

3월 26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쌓여 있는 41억여 원의 허위 상장 정보 이용 투자사기 범죄수익 현금다발 뒤로 김미애 금융범죄수사대 계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핑계 저 핑계로 출금을 미루더니 잠적해버렸습니다. 정말 아니길 바라왔던 실낱 같은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퇴직 후 ‘투자리딩방’에 가입한 60대 A 씨는 투자금과 수수료를 포함한 1억 원 상당의 거액을 잃었다. 투자 사기 일당은 리딩방에 접속한 A 씨를 ‘심화반’ ‘프라이빗방’ 등으로 유도하며 연습 매매를 통해 소액의 수익금을 손에 쥐어주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종용했다.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이른바 ‘봇질’도 이어졌다. 2억 6500만 원의 수익이 났지만 사기 일당은 수익금 출금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끝내 잠적했다.



노년층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 사기가 고도화하고 있다. 노년층의 디지털 접근율이 높아진 가운데 노후자금이 사이버 환경을 통한 신종 사기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전체 사기 연령별 피해자 중 61세 이상 고령층 피해자 수는 2019년 3만 4359명에서 2023년 4만 4470명으로 증가했다. 2019년 전체 고령층 대상 사기 중 사이버 사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8.13%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25.71%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금융과 디지털 정보 이해 능력이 타 연령층에 비해 낮은 노년층의 온라인 경제활동이 높아질수록 범죄 집단의 사기에 더 쉽게 현혹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기꾼들은 이 같은 노년층의 약점을 노려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금융과 디지털 정보 이해력이 떨어지는 시골 노인에게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최근에는 리딩방 업체 직원이 시골 노인들을 찾아가 반강제로 업체에 회원 가입을 시키고 수백만 원의 회원 가입비를 뜯어 간 사례도 발생했다. 이 업체는 문제의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회원 가입 절차를 녹취하고 노인들의 서명까지 받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 일당은 노인이 내려받은 주식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열게 한 후 관리 종목 주식을 임의로 매매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피해자는 수천만 원 량의 손실을 봤다.



피해자의 지인인 B 씨는 “노인이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하지만 거래 내역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거의 1분마다 대규모 거래가 발생했고 저가인 주식을 몇 만 주씩 거래한 정황이 그대로 나와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55세 이상)의 온라인 경제활동률은 2019년 32.3%에서 2023년 41.8% 수준으로 크게 향상됐다.

문제는 노년층이 금융 및 디지털 환경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를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데 있다. 진흥원이 △취업이나 이직에 도움되는 활동 △창업이나 사업 운영에 도움되는 활동 △소득 증대 및 유지에 도움되는 정보 습득, 재테크 △비용 절감에 도움되는 활동 등 4가지 세부 유형으로 고령층의 온라인 경제활동률을 분석한 결과 ‘소득 증대 및 유지에 도움이 되는 정보 습득, 재테크’ 유형이 60대에서 일반 국민(100%) 대비 29.3%, 70대 이상에서 14.7%를 기록해 나머지 유형보다 최대 10% 이상 높았다.

홍푸른 디센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주변에서 코인·주식 등으로 수익을 내는 사례들을 보면서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상장 코인 등 안전한 투자처를 앱 등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젊은이들에게는 쉽지만 노인들은 활용이 어려워 남에게 맡겼다가 속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등록된 업체가 금융 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디지털·금융 약자들을 기망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905건에 불과했던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 건수는 2021년 3442건으로 폭증했다. 2022년 3070건의 피해 민원이 접수되면서 소폭 줄었지만 3000건대를 유지했다.

당국이 나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는 한편 유사투자자문업의 범위와 영업 규제 등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유사투자자문업 신고 업체 수는 2024년 5월 3일 기준 2207건으로 올해만 79개가 추가 신고됐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1월 통과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현행 유사투자자문업을 투자자문업의 관리·감독 범위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상당 부분 들어갔다”면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의 형태를 당장 폐지하기보다는 정상적인 투자자문업의 범위에 포함시켜 ‘음지화’하는 것을 막아야 하지만 여전히 감독에 많은 비용이 드는 등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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