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보수 텃밭인 경북을 찾아 지지세 확장에 나섰다. 1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 지역 일정으로 민주당 ‘험지’를 돌며 표심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같은 날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강공 모드를 이어갔다. 대선 전 사법 리스크를 피하며 민생 행보에 집중하는 이 후보 대신 당 차원에서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당분간 당과 후보가 각기 다른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경북 경주·영천·김천시와 칠곡·성주·고령군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영남 신라벨트’에서 3차 ‘경청투어’를 진행했다. 앞서 이달 1일 경기·강원 북부 지역을 잇달아 방문한 1차 경청투어를 시작으로 이 후보는 전국 순회를 이어오고 있다. 경북 첫 방문지로 경주를 택한 이 후보는 골목과 상가를 둘러보며 상인들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한 문구점을 들린 이 후보는 “장사가 잘 안 돼 힘들다”며 눈물을 보인 점주에게 “불안하고 힘드실 것 같다”면서 위로를 건넸다. 이어 영천으로 이동한 이 후보는 영천공설시장을 찾아 그곳에서 판매하는 상추를 맛보고 고추를 직접 구매하면서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하는 등 주민들과 적극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6·3 대선이 “국민을 위한 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점을 부각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영천의 한 떡집 앞에서 연단에 선 이 후보는 “우리는 왕이나 지배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충직하게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가 지나가는 말로 ‘카더라’ 하는 것과 가짜뉴스를 가르쳐 준다고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올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리는 경주에서는 “경주 APEC도 준비가 조금 부실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국회 차원에서도 잘 챙기라고 제가 이야기해놓았다”며 “경주가 천년고도의 찬란한 문화가 꽃피는 대단한 도시로 다시 우뚝 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다음 날 경남 창녕과 함안·의령·진주·사천·하동에서 경청투어를 이어간다. 또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은사로 알려진 김장하 선생을 만나 시대적 혼란 극복과 통합의 방법을 논의한다.
같은 날 민주당 지도부는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압박하는 여론전을 펼쳤다. 박찬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은 “법원 내부망에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직 판사들의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며 “조 대법원장은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도 “정치 개입으로 사법 파국을 초래한 대법원장이 사태를 수습할 유일한 길은 조속히 사퇴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이 후보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대신 사법부를 가리켜 “대부분의 사법부 구성원을 믿는다”면서도 “‘최후의 보루’ 총구가 우리를 향해 난사하거나 자폭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고쳐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달 26일 소집된 것을 두고서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 중 일부”로 평가했다.
민주당은 이달 14일 예정된 조 대법원장 청문회에서도 거취 압박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면서 사법 리스크를 덜긴 했지만 대선 정국에서 사법부 개혁 필요성을 띄우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초 당내에서 거론됐던 조 대법원장 탄핵과 특검법 발의는 역풍 가능성을 고려해 우선 보류한 상태다.
한편 김재연 진보당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는 이날 “이 후보를 광장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며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원내 진보 진영 정당에서는 이 후보가 유일한 대선 후보가 됐다. 민주당 중앙선대위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 후보를 대선 후보자로 공식 등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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