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에 대화를 제안한 전공의들 중심으로 지도부를 개편함에 따라 의정갈등의 꼬인 실타래를 풀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을 끌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9월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 이전인 7~8월 두 달이 정부와 전공의 간 협상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다. 대전협 비대위는 28일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협 비대위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의사회 강당에서 오프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의료계 현안에 대한 대전협 비대위 대응을 보고받고 새로운 비대위 구성과 운영 그리고 대전협 비대위 산하 지역협의회를 만드는 안을 각각 의결할 방침이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 26일 밤 온라인으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를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한 바 있다.
한 위원장은 의정갈등 내내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된 박단 전 위원장과 달리 ‘협상파’로 꼽힌다. 박 전 위원장의 측근으로서 의정 갈등 상황을 함께 대응해 왔으나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에 대해 소통이 부족하다며 비판하면서 돌아섰다. 한 위원장은 당선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열린 마음으로, 또 전향적으로 정부·정치권과 대화하겠다”며 “의료계의 힘을 하나로 모아 의정 갈등을 잘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전공의 내부 의견 수렴과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1년 반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비대위는 기존 ‘7대 요구안’을 3개로 크게 압축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 개혁 실행 방안 재검토, 보건의료 거버넌스의 의사 비율 확대 및 제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이다. 여러 문제가 있지만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안들에 집중하겠다는 게 비대위 측 입장이다. 비대위는 “의료 정상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전공의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성급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협의회장 체계를 도입해 전국 전공의들의 의견이 고루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와 정부도 전공의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화 가능성, 대화의 폭이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졌다”며 “허들을 낮춰서 현실적·물리적으로 들어올 수 있게 작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는 내달 말 무렵까지 정부와 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새 비대위를 주도하는 서울아산병원·고려대의료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앞서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실질적이고 효과적 협상을 위한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공의들이 줄기차게 교체를 요구해왔던 보건복지부 장차관 등 주요 인사들도 정권 교체로 자연스레 바뀔 예정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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