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투자자들에게 팔린 증권사 환매조건부 채권(RP) 잔액이 100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 기록을 경신했다. RP는 단기 투자 자금을 담아두는 주요 ‘파킹형’ 상품으로, 최근 국내 증시 활황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대폭 늘어난 여파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대고객 RP 매도 잔액은 이달 18일 101조 3262억 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세웠다. RP 매도 잔액은 올해 1월 2일에는 90조 5241억 원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해 5월 95조 원을 돌파했다. 이어 올해 7월 31일 98조 원 선을 넘었고 8월 22일에는 최초로 100조 원 고지에 도달했다. 잔액은 다시 99조 원대로 내려갔다가 우상향 추세를 이어가 사흘 전 101조 원대로 진입했다.
대고객 RP는 증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소정의 이자를 붙여 다시 사들이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으로, 단기 자금 운용에 적합한 ‘파킹형’ 상품으로 꼽힌다. 국공채 등을 담보로 발행되기 때문에 높은 안정성이 보장되면서도 통상적으로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 안정적인 단기 투자처로 주목을 받는다. RP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주로 구매하며, 원화 RP와 달러 RP와 같은 개별 상품도 널리 판매된다.
고객이 예치한 돈을 증권사가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인 CMA 잔액도 18일 기준 94조 2354억 원으로 15일에 이어 역대 최대를 새로 썼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대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투자자 예탁금도 같은 날 73조 6065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예탁금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66~69조 원대에 머물렀으나, 이달 중순 코스피 지수가 연일 역대 최고를 경신하면서 8일 65조 8009억 원에서 16일 74조 9281억 원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호황을 거듭하며 투자 자금이 대폭 유입돼 대고객 RP 잔액도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증시 활황·과열 징후를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같은 날 22조 8815억 원으로 2022년 1월 이후 3년 8개월 만의 최고 기록을 3일 연속 새로 썼다.
RP 잔액 증가로 증권가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RP는 증권사가 단기 자금을 굴리는 수단인 만큼, 증권업계에 유동성 흐름이 풍부하고 원활하다는 뜻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6월부터 국내 주가 상승세 덕에 수수료 수익 등이 뛰면서 실적이 부쩍 좋아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증권사 60곳의 순이익은 2조 8502억 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60%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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