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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바이오 투자는 긴 호흡 필요...정부 R&D 지원도 중장기 관점 접근을”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

신약물질 발굴서 연구·임상까지는 최소한 10년은 필요

벤처 혼자 감당 어려워...대학·출연硏 등과 협력 절실

R&D·임상 투자금 40% 돌려주는 호주사례 참고할 만

박영우 와이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바이오 벤처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 과제가 2년 이내의 단기 성과를 요구한다”며 정책 현실화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와이바이오로직스






신약 연구개발(R&D)을 하는 대부분의 바이오 벤처는 혁신 신약 물질을 발굴·개발해 연구 단계 또는 비임상·임상 개발 초기에 다국적 제약사나 대기업에 기술수출을 하는 모델로 창업한다. 당연히 단기간에 성과물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인데 정부의 R&D 지원은 중장기 관점에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박 대표는 “정부가 긴 호흡으로 바이오산업을 꾸준히 육성하고 지원해야 하는데 바이오 R&D 지원 과제가 대부분 2년 이내의 성과를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애로를 털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비임상·임상 과제는 지원하지만 규모가 작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아예 대부분의 과제가 상용화 제품 지원에 집중돼 벤처기업에 맞는 과제가 별로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도 큰 틀에서 중기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바이오사에 대한 R&D 지원이 신약 개발 과정의 특징에 비춰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에서 단기간 제품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R&D 자금을 주로 지원하고 있어 실질적인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책 현실화를 주문했다. 해외의 사례로 호주 정부가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매출이 적은 벤처기업들이 R&D와 임상시험에 투자하면 그 금액의 30~40%를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바이오 벤처들이 호주에 잇따라 현지법인을 세우고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현실을 참고해 우리 정부도 이 정책을 고려해봤으면 한다는 게 그의 희망이다. 그는 “정보기술(IT)산업은 제품 수명 주기가 1년 정도로 짧아 투자금에 대한 단기 회수가 가능할 수도 있으나 바이오산업은 안정성 평가가 철저해 10년가량의 개발·검증 기간이 필수적”이라며 “대신 약물이 출시돼 성공하면 수익창출능력은 10년 이상 지속된다”고 비교 설명했다.



바이오산업의 특징을 설명하던 그는 혁신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바이오 벤처와 대학, 정부 출연연구원 간 협력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했다.

박 대표는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려면 기초 분야인 혁신 신약 타깃을 연구하고, 필요하면 신약 물질에 대한 기초연구도 필수적”이라며 “이는 기업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경우도 인간항체 라이브러리(Ymax-ABL)와 면역세포 관여 이중항체 기술(ALiCE)로 우수한 개발후보 항체를 발굴했는데 이 기술이 빛을 보려면 대학·출연연과의 유기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교수는 물론 출연연 연구원조차 논문 위주로 연구하는 경향이 있어 상용화와 거리가 있고 신약 개발을 위한 인력과 장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는 “최근 대학이나 출연연에서 기초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대학과 정부 출연연에 주는 기초연구 지원 과제도 단기 상용화 성과 등을 강조하고 있어 연구 결과물이 수요자인 바이오 벤처의 기술 수준에 부합하지 않고 재현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어 “요즘은 기업에서 연구하는 테마가 우수한 학회지 논문으로 실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과 연구소에서 기업에서 필요한 테마를 함께 해결하면서 좋은 논문을 내면 윈윈(win-win)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창업 경험을 들며 후발 바이오 벤처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개발 초기 단계에서도 수백억원을 받을 수 있고 물질이 허가받은 바 없는 새로운 혁신 신약(first-in-class)이라면 수천억원도 가능하다”며 “타기팅을 잘하고 신약 물질을 확보하며 이후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출연연을 거쳐 창업한 스토리를 들려주며 방향을 잘 잡고 끝까지 뚝심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저는 국내 기업의 미국 현지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분자생물학을 터득한 뒤 귀국해 항체의약품 연구를 했습니다. 당시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처음으로 시판 허가가 나오며 막 떠오르기 시작한 분야였어요. 하지만 많은 기술이 강력한 특허 보호로 인해 접근이 어려웠고 항체의약품의 원재료인 라이브러리를 확보한 회사도 없어 애로가 컸습니다. 결국 ‘기반기술 마련이 급선무’라는 생각에 출연연으로 이직했는데 혁신 신약을 개발하려면 많은 자금과 첨단장비, 다양한 분야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지요.” 이런 과정을 거쳐 창업에 도전했고 초기에는 자금 부족으로 연구원과 공간 확보가 어려워 소수 인력으로 외부 용역을 수행하면서 연구자금을 마련했으며 이후 기반기술을 고도화하며 5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에서도 대형 제약사가 특허(20년)가 풀린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 등으로 시장 규모를 키우며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이들 못지않게 잠재력이 큰 바이오 벤처도 많아 정부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중장기적으로 지원하면 큰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He is…

서울대 미생물학과에서 학사·석사 과정을 마친 뒤 국내에서 유전공학 연구를 선도하던 LG화학(당시 럭키화학)의 미국 현지 연구소에서 8년 넘게 근무하다 지난 1999년 시애틀의 워싱턴대에서 바이러스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해 귀국한 뒤 항체의약품 연구를 하다가 기반기술 확보를 위해 2005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제어연구센터로 이직했다. 하지만 혁신 신약 개발에는 창업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2014년 연구원 창업기업을 세운 뒤 다음해 독립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장악한 면역항암제를 국산화해 약가를 대폭 낮춰 암환자들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게 목표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1,000억종 인간 항체 라이브러리 보유…국내 면역 항암제 개발 선도

상반기 호주 임상1상 돌입..이르면 3~4년 내 30%대 가격에 출시 목표



면역항암제 개발 기업인 와이바이오로직스의 한 연구원이 현미경을 통해 후보물질의 효능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와이바이오로직스


와이바이오로직스는 국내에서 앞장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는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약 1,000억종의 인간항체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라이브러리에서 약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항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발굴해낸다.

항체의약품은 기존 항암제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파괴하는 부작용이 있는 것에 비해 암세포에 의해 망가진 면역 기능을 정상화시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환경을 만든다. 면역항암제인 옵디보(Opdivo)의 개발자인 혼조 다스쿠 일본 교토대 특별교수가 지난 2018년 제임스 앨리슨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암센터 교수와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것도 이런 효능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에서는 일부 폐암이나 희귀암 등을 비롯해 면역항암제 사용이 늘며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연간 1억원에 달하는 비싼 치료비로 인해 국내에서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나 일부 폐암에서만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안 될 경우 면역항암제가 2차 치료용으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박영우 대표는 “글로벌 기업의 면역항암제 임상에서 1차 치료부터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고 기존 항암제와 병행하는 것도 유효하다고 나온다”며 “국내에서 머크의 키트루다 등 외국 면역항암제의 보험 등재 협상이 아직 타결되지 않고 있는데, 저희가 국산화하면 3분의1 수준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면역세포 관여 이중항체(T cell engager) 기술인 앨리스(ALiCE, Antibody-Like Cell Engager) 플랫폼을 개발해 다양한 항체 신약 파이프라인에 적용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이중항체 형태 가운데 인간 고유항체와 가장 가까워 체내에서 항체 치료제를 병원균으로 인식해 면역작용으로 소멸시킬 확률을 낮춰 치료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표는 “다음달 호주에서 ‘Anti-PD-1 항체의약품(개발명 YBL-006)’의 임상1상 절차에 들어가는데 이르면 3~4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에 임상1상을 끝내는 대로 1년반가량 임상2상을 할 때 해외 파트너를 찾거나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사회문제해결형 과제 지원을 받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016년까지 약 160억원의 투자자금을 조달한 뒤 2018년도에 약 370억원을 추가 유치했으나 글로벌 임상 등 연구개발(R&D)에 많은 자금이 필요해 올 하반기 코스닥에 상장할 방침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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