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 제출안에 없었던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산을 은근슬쩍 끼워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야가 가덕도 신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이어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지역 예산을 밀어넣은 것이다. 나라 살림은 아랑곳 없이 무분별하게 지출을 늘리면서 내년 국가 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까지 상승한다.
5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 원안에서 한 푼도 편성되지 않은 가덕도 예산이 신공항건립 추진단 운영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에서 2억 5,000만 원 증액됐다. 예산 편성권이 없는 국회는 통상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감액하거나 증액하는 심의를 하는데 느닷없이 새로 추가한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이처럼 정부안이 ‘0원’인 사업 중 국회에서 증액된 사업은 76개에 달한다. 세부 사업들을 보면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 물 공급 체계 구축(98억 2,200만 원), 태릉~구리 고속도로 건설(38억 원), 해양 정원 조성 사업(35억 8,500만 원), 부전~마산광역철도(30억 원), 동아시아 역사 도시 진흥원 건립(8억 7,900만 원), 행복 도시 탄소 관리 시스템 구축(7억 원), 대학 인권 센터 확산 지원(5억 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청사 신축(5억 원), 청소년 문화 체험 및 교류 활동(3억 원), 우이신설선 연장선(2억 원) 등 국회에서 급하게 추가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국회에서 100억 원 증액된 철도·도로 건설 사업도 많다. 연구소는 “7개 도로 및 철도 건설 사업은 사업 규모도 각각 다르나 국회 증액 규모가 100억 원으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경제적 필요에 의한 증액이라기보다는 동일한 증액 규모를 정치적으로 분배 받았다고 해석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의원 외교 활동 예산이 기존 79억 원에서 16억 원 늘어났고 종교 문화 활동 지원 예산도 국회에서 14억 원 증액했다.
정부가 유례 없이 세입을 고무줄처럼 늘렸어도 브레이크 없이 지출이 늘어나며 내년 국가 채무는 1,064조 4,000억 원으로 사상 첫 1,000조 원을 돌파한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올해 본예산(47.3%)보다 2.7%포인트 올라간 50.0%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적자 국채 발행량은 정부안 77조 6,000억 원에서 76조 2,000억 원으로 소폭 줄었다. 문재인 정부는 예산 편성 첫 해인 2018년(7.1%)을 제외하고는 2019년(9.5%), 2020년(9.1%), 2021년(8.9%)에 이어 내년 8.9%까지 4년 연속으로 9% 안팎의 높은 총 지출 증가율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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