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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피해 왔는데 또 전쟁…예멘·아프간 난민들 다시 피란길로

우크라이나에 온 난민들 또다시 난민 신세

우크라 난민으로 가득한 폴란드 국경지대. /로이터 연합뉴스




본국 전쟁의 아픔을 뒤로 하고 우크라이나로 피란 온 난민들이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또다시 피란길에 올라야 하는 신세가 됐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 이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에서의 새 출발이 좌절된 예멘인, 아프가니스탄인 등 난민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예멘 출신 20살 공대생 아메드는 내전을 피해 약 1년 전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에 정착했다. 그러나 아메드는 우크라이나 역시 전쟁에 휘말리자 겨우 마련했던 새 터전을 지난주 떠났다. 그는 폴란드 국경을 넘어 친척을 만나고자 독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아메드는 WP에 "(하르키우는) 자리 잡고 살기 좋은 곳이었는데 모든 것을 두고 떠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갇혀있던 상황이 예멘 내전을 직접 겪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처참했다고 털어놨다. 아메드는 "예멘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있었고 생사가 더는 중요하지 않은 수준까지 갔었다. 다 같이 함께 있었기에 괜찮았다. 근데 여기서는 매우 어렵다. 많은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빠져나가는 길도 빨리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떠나려는 외국인들이 피란 과정에서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백인이 아닌 외국인 중 일부는 사설버스 탑승을 거부당했으며, 국경에서는 우크라이나인을 먼저 들이려는 군인들로부터 뒤로 밀려났다고 주장했다고 WP는 전했다.



아메드는 "내가 다시 정착할 수 있을지, 상황이 악화하지 않을지 두렵다"며 "우리가 더이상 갈 곳은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고향에 있는 부모님께는 "내가 5성급 호텔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시도록 얘기했다"고 했다.

이란과 사우디의 대리전으로 평가받는 예멘 내전은 2014년 말 촉발된 이후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예멘인 400만 명이 고향을 떠났다. 아메드처럼 러시아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이던 예멘인은 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데이터 분석가인 마수마 타지크도 지난해 8월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집권한 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로 왔다. 그러나 반년 만에 다시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됐다. 타지크는 "키이우에 처음 왔을 때 편하게 숨 쉴 수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지금은 삶에서 보장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껴 하루하루 있는 그대로 살고 있다"고 전했다. 타지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들고 온 백팩과 옷가지, 노트북을 다시 그대로 들고 피란길에 올랐다.

최근 홀로 열차에 올라 1200㎞의 여정 끝에 슬로바키아에 도착한 11살 소년도 어릴 때 시리아를 떠나 우크라이나에 왔다. 자원봉사자들은 이 소년의 손에 적힌 전화번호로 슬로바키아에 머무르는 친척에게 연락해 이들 상봉을 도왔다. 시리아에서는 2011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려는 반군과 정부군의 대치로 내전이 시작돼 11년째 이어지고 있다. UNHCR 집계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으로 지금까지 6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UNHCR 집계상 우크라이나 개전 2주도 안 된 9일 기준 우크라이나를 떠난 전체 난민은 200만 명이 넘는다. UNHCR은 유럽에서 이처럼 빠른 속도로 난민 수가 증가하는 것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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